[정재우 전문기자의 MLB Tracker] 10연패 다저스, 과욕이 화를 불렀나?

입력 2017-09-11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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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어깨 수술을 한 투수라 짧은 휴식을 주겠다”며 류현진(30)의 선발등판 일정을 조정한 이유는 역시 ‘배려’가 아닌 ‘복선’이었다. 좀 과하게 표현하면 ‘꼼수’로 볼 수도 있다. 어쩌면 최근 LA 다저스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상징하는 사례인지도 모른다.

다저스는 11일(한국시간) 안방에서 콜로라도에 또다시 1-8로 져 10연패에 빠졌다. 1992년 이후 25년만이다. 또 지난달 27일 밀워키전 이후 1승15패다. 7월에만 20승(3패)을 챙기고 10연승, 11연승, 9연승 등 여름 내내 승승장구하던 위용은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10연패 직후 “클럽하우스가 매우 좌절된 분위기다”고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92승51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0.643)다. 여름 동안 어마어마하게 승수를 적립해둔 덕분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홈필드 어드밴티지가 주어질 리그 승률 1위 자리는 위태롭다. 내셔널리그 승률 2위인 동부지구 1위 워싱턴(88승55패·0.615)과의 간격이 어느새 4게임차로 줄었다.

11일 LA 타임스는 류현진의 갑작스러운 등판 일정 조정이 다르빗슈 유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12일 샌프란시스코 원정경기에 나설 예정이던 류현진을 한 차례 쉬게 하면 이적 이후 부진한 다르빗슈가 강호 워싱턴(16~18일·원정)을 피해 14일 샌프란시스코, 20일(예상) 필라델피아를 상대할 수 있어서다. 다르빗슈는 최근 3연패를 포함해 다저스 합류 이후 6경기에서 2승3패, 방어율 5.34에 그치고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영입한 ‘다르빗슈를 배려한’ 선발 로테이션 조정이었던 것이다.

커티스 그랜더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공교롭게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면서’ 추락이 시작된 모양새다. 다저스는 시즌 내내 신통치 않았던 외야수 작 피더슨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달 19일 뉴욕 메츠에서 웨이버 트레이드로 커티스 그랜더슨을 데려왔다. 피더슨은 트리플A로 강등됐다가 9월 로스터 확장에 맞춰 복귀했다. 이후 다저스의 성적은 6승17패다. 그랜더슨 역시 21경기에서 타율 0.114, 4홈런, 8타점으로 헤매고 있다. 다르빗슈의 기대이하 성적과 그 파장도 예사롭지 않다.

야구계에는 ‘팀이 잘 나갈 때는 트레이드를 삼가라’는 속설이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팀을 운영하라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다저스의 최근 위기 또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세상사가 어려울 리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다저스가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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