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황진수는 프로 10년차에 처음으로 가을무대를 밟았다. 선수생활에 굴곡이 많았지만 끝까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올해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는 벅찬 감격을 누리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야구인생에 굴곡이 많았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전체 45번)에 롯데의 지명을 받았지만 무릎 수술을 받아 1년 늦게(2008년) 입단했다. 그러나 화려한 공격력을 지닌 롯데에 자리는 없었다. 일찌감치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며 군 문제를 해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처음 입단했을 때 ‘공격력만 좋아지면 좋을텐데’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스위치히터 전향을 결정한 것으로 기억한다. 모난 부분 없이 성실하게, 정말 열심히 운동했던 선수다.” 당시 롯데의 주장이었던 현 KBSN스포츠 조성환 해설위원의 회상이다. 뒤늦게라도 PS 무대에 설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성실함이었다. 올 시즌 후반기에 0.348(46타수 16안타)의 고타율을 자랑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첫 PS 무대에 대한 긴장감이 클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담담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프로 10년차의 관록이 느껴졌다. 황진수는 “처음에는 내가 다소 급하게 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큰 경기에서 투수들의 실투가 늘어난다. 그만큼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 찬스가 오는데,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PS 데뷔전에서 팀이 패한(2-9)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승리로 끝난 2차전에서는 벤치를 지켰지만,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있다는 자체가 황진수에게는 큰 기쁨이다. “나는 2군 선수였다. 가을에는 늘 훈련만 해왔다. 특별한 목표보다는 팀에 폐만 끼치지 않으면 될 것 같다. 1차전에서도 문제없이 타구를 처리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을 놓았던 것 같다. (연장 11회) 안일한 태그플레이는 내가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내 강점인 수비에 더 집중해 힘을 보태고 싶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 절실함이 묻어났다. 프로 10년차에 맞는 첫 가을야구, 2017년은 그의 야구인생에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마산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