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준용 “돈 많이 벌어서 몰래카메라때 당했던 외제차 살 것”

입력 2018-01-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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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준용이 올스타전 몰래카메라 이후 받은 리모컨 장난감 자동차를 들고 있다. 그는 “내 돈으로라도 반드시 이 차를 사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용인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몰카로 받은 장난감 창문 깨지고 후진 안돼ㅋ
득점 욕심 없었는데…최근 슛 자심감 생겨
장애인 팬에게 준 농구화? 마음이 고마워서
농구는 내 운명…올해 개띠해라 기운이 좋아


SK의 최준용(25)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는 선수다. 국내 농구에서 200cm의 신장을 가진 선수라면 빅맨 포지션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준용은 가드 못지않은 패스를 하고, 센터처럼 리바운드를 잡고, 포워드처럼 달려가 덩크슛을 꽂아 넣는다. 한국농구에 없던 재능이다. 농구 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다.

코트 밖에서도 매력이 폭발한다. 특히 14일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는 흥에 겨워 춤을 추고 몰래카메라에 속아서 황당해 하는 표정을 지어 팬들을 배꼽 잡게 만들었다. 팬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진정한 스포테이너. 프로농구의 매력남 최준용을 용인 양지에 위치한 SK체육관에서 만났다.

-올스타전 이후 주변의 반응이 궁금하다.

“올스타전을 제대로 보지 않고서 진짜로 외제차를 받은 줄 아는 친구도 있기는 한데, 놀리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한 인터뷰도 많이 했다. 똑같은 말을 몇 번씩 했는지 모르겠다.(웃음)”


-그날 몰래카메라 이후 받은 장난감 자동차는 잘 가지고 있는가?

“춤추고, 몰래카메라까지 당했는데 남은 건 장난감 자동차뿐이다. (숙소)방에 잘 모셔두고 있다. 창문도 깨져 있고 긁힌 곳도 있고 후진도 잘 안된다. 쓰던 걸 준건 아닌가 싶다.”

사진제공|KBL



-올스타전 이후 치른 첫 경기(16일 삼성전)에서 32점(개인 한 경기 최다득점)을 넣으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삼성 전 뿐 아니라 최근 득점 페이스가 꾸준하다. 득점에도 눈을 뜬 건가?

“눈을 떴다기보다는 득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런(헤인즈)과 테리코(화이트) 둘이서만 득점을 하기는 너무 힘드니까 국내선수 쪽에서 득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내가 좀더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면 애런과 테리코가 상대 수비의 견제를 덜 받을 것 아닌가.”


-이렇게 득점도 잘하는 걸 왜 진작 안했나? 그날 3점슛도 6개나 넣던데.

“득점에 욕심이 없었다. 공격 잘하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나는 패스를 해서 밀어줘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득점을 해야 우리 팀이 더 살아난다고 판단했다. 슛은 자신감이 생겼다. 원래도 슛에 스트레스 받는 편은 아니었지만, 자꾸 던져야 농구를 편하게 할 수 있겠더라. 솔직히 그동안은 슛의 중요성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원래 슛보다 패스에 더 재미를 느껴왔나?

“지금도 득점하는 것 보다 패스하는 것이 더 재밌다. 내 패스로 찬스가 나서 동료가 득점했을 때의 기분이 진짜 좋다. 어릴 때 마이클 조던의 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매직 존슨을 봤는데, 거기에 반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1994년) 매직 존슨은 이미 은퇴를 해서 생중계로 경기를 본 건 아니지만 영상으로는 진짜 많이 봤다.”

SK 최준용. 사진제공|KBL



-고교 시절 ‘한국의 케빈 듀란트’라고 불렸는데, 스타일이 전혀 다르지 않나.

“듀란트(골든스테이트)는 스코어러다. 나는 그보다는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나 드레이먼드 그린(골든스테이트) 스타일이 좋다. 지금도 제임스 하든(휴스턴),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보다는 론조 볼(LA레이커스), 벤 시몬스(필라델피아)의 경기를 즐겨본다.”


-경기장을 찾아온 장애인 농구팬과 사진을 찍고 농구화를 선물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유독 팬들을 향한 마음이 각별한 것 같다.

“어릴 때 풍요롭게 받고 자라지 못해서 그런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편이다. 그래서 베푸는 스타일이다. 몸이 불편한데도 농구장을 찾아와주셨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그 분이 기분 좋았다는 글을 남겨주셔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마음 같아서는 매 경기 농구화를 팬들에게 주고 싶다. 나에게는 지급받는 농구화 중 하나지만, 그 한 켤레가 팬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지 않나.”


-팬들을 향한 마음이 각별한 것 같다.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가 되면 팬들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로망이 대학 때부터 있었다. NBA를 보면 선수들이 경기 끝난 뒤 팬들에게 유니폼이나 농구화를 주고 정성스럽게 사인도 해주지 않나. 멋있어 보였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프로스포츠는 팬 없이는 의미가 없다. 내가 프로선수 생활을 하고, 연봉을 받아 차를 사는 것도 팬들이 있으니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서라도 돈 많이 벌어서 몰래카메라에서 당했던 그 외제차를 꼭 사고야 말겠다.”

SK 최준용. 사진제공|KBL



-팬들에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올스타전이나 국가대표경기가 즐거웠을 것 같다.

“다른 팀 팬들도 응원을 해주시니까 기분 좋더라. 확실히 선수는 관중이 꽉 찬 경기장에서 뛰어야 신나고 힘이 난다. (11월)A매치 때는 경기장을 많이 찾아주셨는데, 우리의 명예를 떠나서 팬들 때문이라도 이기고 싶었다. 아직도 생각하면 아쉬운 경기다. 2월에 A매치가 또 있는데, 평창올림픽 때문에 관심에서 멀어지더라도 농구팬들은 어디서라도 응원을 해주리라 생각한다. 물론, 경기장을 찾아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


-농구를 하면서 누리는 생활 자체가 즐거운 모양이다.

“그렇다. 가끔 ‘내가 농구를 안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는데, 농구를 빼니까 그 자체로 재미가 없더라. 농구를 하는 것도 재밌고 그로인해 만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다. 어릴 때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어보였다. 그런데 나는 내가 즐거워하는 농구가 직업이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물론 훈련할 때는 힘들지만, 그걸 이겨내고 게임을 뛰는 것은 더할 나위없는 행복이다. 대표팀 생활도 너무 좋다. 형들과의 생활이 즐겁다. 소집되어서 진천(선수촌)에 들어갈 때 설렐 정도다. 농구는 내 운명이다.”


-2018년은 어떤 행복을 누리기를 바라는가?

“개띠의 해인데, 내가 개띠다. 뭔가 기운이 좋다. 동갑내기 친구들이 모두 잘됐으면 한다. 팀이 우승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따기를 원하지만, 그보다 행복하게 농구하고 싶다. 또 팬들에게는 화려하고 재미있는 농구를 선사하는 선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용인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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