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행정’ 대전, 매끄럽지 않은 선수단 개편 논란

입력 2018-01-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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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대전 시티즌 대표이사.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창단 20주년을 맞이해 도약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무대로의 재승격을 약속한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의 2017년은 우울했다. 승격은커녕, 챌린지 정규리그 꼴찌(10위)에 그쳐 망신을 샀다.

변화가 불가피했다. 프런트와 선수단 수장이 교체됐다.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이 지난해 11월 대표이사를 맡았고, 역시 수원에서 김 신임사장과 사제지간으로 한솥밥을 먹은 고종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전력 보강과 선수단 개편은 당연한 수순.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됐다. 지난해 30여 명 선이던 인원이 50여 명까지 크게 늘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좋지 않다. 기존 선수들과의 이별방식과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탓이다. 대전 구단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말까지 선수단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계약기간이 남은 여러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내쳤다. 클럽하우스 입소를 거부하고 일부에게는 테스트 신분을 강요하면서 부담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50여 명 가운데 지난해 잔류인원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대전 시티즌.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구단이 아닌, 해당 선수들이었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몇몇 선수들은 클래식과 챌린지를 오가며 많은 경험을 가졌음에도 불구, 실업축구 내셔널리그로 향하는 등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다고 이별한 선수들 전원이 새 출발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12월이면 뭔가를 모색하기에 시기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빠듯하다. 대부분 구단들이 1월 초부터 전지훈련에 나서기 때문에 일찌감치 선수단 정리에 나섰으나 대전은 정반대였다.

더욱이 지난 시즌 챌린지는 10월 29일 막을 내렸다. 대전의 시즌도 이때 끝났다. 이후에는 플레이오프(PO) 여정만 진행됐다. 대표이사와 감독이 바뀌고 1개월 정도의 여유가 있었음에도 정확하게 거취를 통보하지 않아 선수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몹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향후 새 팀을 찾지 못하면 여름이적시장이 열릴 때까지 막연히 기다리거나 은퇴를 택해야 한다.

고종수 대전 시티즌 감독.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이 가운데 선수 5~6명이 법적 투쟁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호) 대표이사와 (고종수) 감독에게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음에도 연락을 계속 피했다. 또 계약과 관련한 미팅을 구단을 통해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우리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조금 알려진 17일에야 첫 통화를 어렵사리 김 대표와 했을 뿐이다. 물론 서로 간 타협점은 찾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구단 입장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 해당 선수들이 잡은 1차 마지노선은 25일, 새해 첫 구단 급여일이다. 계약이 남은 만큼 법적으로 보장된 (지난해에 준하는) 봉급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급여를 받지 못하면 곧바로 법적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더욱이 선수들은 훈련할 기회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구단에 더욱 크게 분노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신뢰를 대전 구단이 깨트렸다고 본다.

대전 시티즌 브루노.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심지어 외국인 선수도 일방적인 구단의 계약해지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반등에 일조한 브라질 공격수 브루노는 부상 등 별다른 이유가 없었음에도 1군 선수단에서 제외,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에도 합류하지 못한 채 한동안 2군에서 몸을 만들었고, 지금은 개인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브루노 측은 대전이 계속 일방통행을 할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거의 동일한 상황을 놓고 국내외에서 연쇄 소송을 당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축구인은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구단 행정에 여러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헤어지는 것은 어느 종목이든, 팀이든 흔하지만 서로 간 이해가 맞아떨어졌을 때 가능하다. 팀 스타일에 맞지 않고 혹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해야 한다.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누구든 마찬가지”라며 혀를 찼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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