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을 빨리 만들어라”, 춘천을 찾은 이용대의 조언

입력 2018-01-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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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대(맨 뒤)가 17일 강원도 춘천 석사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원랜드 레전드 초청 스포츠꿈나무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단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춘천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겨울 방학이 한창인 17일, 강원도 춘천의 석사초등학교 교정에는 학생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목구멍을 따갑게 하는 메케한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운동장에는 녹지 않은 채 쌓여 있는 눈더미만이 외지인들의 방문을 반겼다.

그런데 을씨년스러운 고요한 적막을 뚫고 어디선가 “하나! 둘!”이라는 힘찬 구호가 들려왔다. 발걸음을 조금만 옮겨보니 학교 뒤편에 있는 번듯한 실내체육관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30명 가까운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라켓을 들고 셔틀콕을 힘차게 때리고 있었다. 해맑은 미소와 함께 한겨울에도 훈련에 임하고 있는 이 아이들은 석사초등학교와 동내초등학교 배드민턴부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가벼운 몸 풀기를 마친 뒤 오후부터 이어질 ‘특별한 경험’을 기다렸다. 눈은 연신 체육관 입구로 향했다. 마치 새 학기에 처음으로 앞문을 열고 들어오는 담임선생님을 기다리 듯 학생들의 눈은 오직 한 곳으로만 집중돼 있었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이윽고 문이 열리고 ‘일일 담임선생님’이 등장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배드민턴계의 ‘영원한 꽃미남’ 이용대(30·요넥스)가 ‘레전드 초청 강원랜드 스포츠꿈나무교실’(주최 스포츠동아·동아일보·채널A·동아닷컴, 후원 강원랜드)을 위해 석사초등학교를 방문한 것이었다.

이용대는 백핸드 기본자세를 직접 잡아주는 등 수업 내내 세심한 지도를 펼쳤다. 춘천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세살 버릇 여든까지’ 이용대가 강조한 기초

학생들은 쑥스러운 듯 처음에는 일정한 거리감을 보였다. 이용대는 이런 학생들을 위해 직접 다가갔다. 그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에요. 혹시 저 TV에서 많이 봤어요?”라며 일일이 학생들과 눈을 마주쳤다. 이어 “오늘은 제가 여러분의 일일 선생님이에요. 그 동안 운동하며 배웠던 모든 것들을 다 알려주고 갈게요. 같이 좋은 시간 보냅시다”고 학생들을 독려했다.

이용대는 라켓 쥐는 법부터 점프 스매싱까지 다양한 기술에 대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석사초와 동내초 학생들은 이제 배드민턴을 시작한지 1~2년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올바른 기초를 쌓게 하기 위한 이용대의 지도는 단호하면서도 섬세했다.

그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여러분은 기초를 잘 쌓아놔야 해요. 지금 올바른 습관을 빨리 만들어 놓아야 나중에 선생님 나이가 되어서도 좋은 움직임을 가질 수 있어요. 나쁜 습관은 버리고, 좋은 습관만 가져갈 수 있도록 해봅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점프 스매싱까지 직접 선보이며 지도에 열을 올렸다. 이용대 앞에 앉아 있던 한 학생은 “가까이서 보니까 완전 땀범벅이야!”라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28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기본기를 면밀히 살피다 보니 이용대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송골송골맺혀 있었다.

지도가 끝난 뒤에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석사초등학교 함예린(오른쪽)어린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용대. 춘천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내 딸도 시킬 것” 이용대가 바라본 배드민턴의 미래

거친 숨을 몰아 쉴 만큼의 한바탕 훈련이 끝나고 나자 학생들은 선생님을 향해 갖은 질문을 쏟아냈다. 선생님의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천장 높이 손을 들었다. 학생들은 “너무 긴장될 때는 어떻게 이겨내요?”, “배드민턴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어요?”, “국가대표는 언제 됐어요?” 등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 중 유독 이용대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질문 하나가 있었다. 동내초등학교의 한 학생이 던진 “배드민턴만으로도 먹고 살수 있어요?”라는 질문이었다. 현실적인 질문에 자리를 함께 한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학생들의 훈련을 보기 위해 방문한 학부모들까지 귀가 쫑긋해지는 모습이었다.

이용대는 망설임 없이 “그럼 당연하지!”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어 “선생님한테 여러분 보다 어린 딸이 있어요. 근데 선생님은 딸한테도 배드민턴을 시킬 생각이에요. 지금은 대회도 많이 생겼고, 여러 환경이 너무 좋아요. 또 생활체육인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 미래도 밝아요. 배드민턴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자신의 가족까지 얘기하면서 조언을 전하는 이용대에게 진심을 느꼈다. 첫 만남 때의 거리감은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었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이 쏟아졌다. 이용대는 “못 받은 사람 없니? 사진? 얼른 와 같이 찍자”면서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석사초 학부모인 박정일(45)씨는 “이렇게 슈퍼스타가 와서 함께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분명 큰 동기부여가 된다.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에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나도 배우는 게 많다.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면서 학생들과의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춘천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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