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 오른 경남-대전…도시민구단에 봄은 언제

입력 2018-01-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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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조기호 대표이사(왼쪽). 사진제공|경남FC

도와 갈등·아마추어 행정으로 신뢰 바닥
4년마다 지방선거…장기 비전 마련 불가


K리그 도시민구단들이 어지럽다.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에서 함께 했던 경남FC와 대전 시티즌이 축구계의 도마에 올랐다. 상황의 차이는 있다. 경남이 외풍에 흔들렸다면, 대전은 내부 잡음이 심하다.

경남은 2018시즌을 클래식(1부리그)에서 맞는다. 그런데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구성원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사무국 수장을 잃을 뻔 했다. 경상남도와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경남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최근 2번째 (회계)감사를 받았다. 경남 조기호 대표이사가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과의 정치적 노선이 달라 표적감사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많았다.

조 대표는 홍준표 전 도지사의 임명을 받고 경남에 부임한 뒤 큰 성과를 냈지만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납득키 어려운 김종부 감독의 1+1 (년) 계약연장은 도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축구인이 구단 입성을 노린다는 소문과 겹쳤다. 3년 전 폐지된 사무국장직 부활도 공표됐다. 낙하산 인사 우려를 샀다. 조 대표는 그 축구인을 거부했고, 2차 감사가 진행됐다.

결국 조 대표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사표는 반려됐고, 22일부터 다시 출근했다. 그렇지만 이미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입지마저 줄어든 조 대표가 지난해처럼 활발히 또 전력을 다해 활동할 지는 미지수다.

물론 옵션이 딸린 1년 계약을 받아든 김종부 감독도 마음 놓고 제자들을 지휘하기 어렵다. 구단과의 신뢰는 이미 깨진 상태다.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대전은 아마추어 행정에 발목이 잡혔다. 선수단 개편 과정에서 구단의 계약위반 정황이 드러났다. 계약이 남은 국내·외 선수들에게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요구해 파열음을 냈다. 해당 선수 누구도 구단과 대화를 해보지 못한 채 클럽하우스 입소 및 훈련 거부를 당했다.

이는 그동안 쉬쉬하면서 관행처럼 이어오던 구단의 전형적인 갑질 행태였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고 법적 투쟁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분쟁 조정이 언급되자 구단은 뒤늦게 협상 창구를 열었다.

그러나 앞으로 분쟁과 관련된 선수들이 계약서에 적힌 날짜까지 정상적으로 권리를 보장받고 대전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렇듯 2가지 사태에는 공통점이 있다.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될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경남의 경우, 도에서 구단의 공적을 높이 사고 좀더 신중했더라면 또 감정 대신 현명한 판단을 했다면 문제를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 무리를 하다보니 학연·지연에 얽힌 정치적 입김이라는 오해만 남겼다.

대전도 정상적인 방식으로 계약해지 협상을 하고, 합리적으로 선수들과 이별했다면 조용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다른 구단들도 선수들과의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지만 지금의 대전처럼 무리한 방법을 쓰지 않는다. 그만큼 지금 대전은 조직 내에 전문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

이는 경남,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도시민구단들 절대다수가 비슷한 추문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프런트가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4년 주기의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사무국은 요동치고 물갈이된다. 업무에 능통한 기존 직원들이 쉴 새 없이 바뀌니 업무의 연속성도 비전도 없다.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당장 6월에도 선거가 있다. 권력 헤게모니에 따른 변화와 여기서 파생될 갈등이 빤히 예상된다. 문제를 알고도 막을 방법이 없는 K리그 도시민구단의 오늘은 서글프기만 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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