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없는 김봉길호, 벤치 순발력부터 키워라

입력 2018-01-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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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AFC

■ 위기의 U-23대표팀, 변해야 산다

무딘 화력·엉성한 뒷문 완패의 원인
벤치 전술 부족…작전 막히면 ‘노답’
8월엔 AG, 조직력 다질 리더십 중요


이보다 더 우울할 수는 없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23세 이하) 대표팀이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4강에서 마감했다. 26일 카타르와의 대회 3·4위 결정전이 남은 가운데 김 감독은 “유종의 미를 잘 거둘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이는 없다. 이미 파장 분위기다.

한국은 23일 큰 참사를 겪었다. 연장 접전까지 이어진 우즈베키스탄과 4강전에서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해 4-1로 대패했다. 공교롭게도 앞선 8강에서 일본도 4-0으로 우즈벡에게 처참하게 무너졌다.

더욱이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베트남이 아름다운 기적 스토리를 계속 만들며 결승까지 올라 상처가 더 깊어졌다. 김 감독과 박 감독은 과거 K리그 전남 드래곤즈 지휘봉을 놓고 경쟁했던 숨겨진 스토리가 있는데, 그때도 지금도 박 감독이 한 발 앞선 모양새다.

결과는 물론, 내용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한국이 3승(1무1패)을 챙겼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부분에서 기대 이하였다. 무딘 화력과 엉성한 뒷문 탓에 모든 경기에서 답답했고 짜증이 나게 했다.

골키퍼 강현무의 수많은 선방과 3골을 뽑은 이근호(이상 포항 스틸러스)가 아니었다면 1차 목표인 4강조차 버거웠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모든 선수에게 전염된 듯한 무거운 몸놀림 탓에 그나마 장점이던 투지조차 사라졌다.

사진제공|AFC


무엇보다 벤치의 전략이 부족했다. 명쾌한 철학과 방향이 없다보니 처음 구상한 플랜이 잘 풀리지 않으면 선수들은 90분 내내 허둥거리기만 했다. 상대는 철저하게 우리를 대비하는데 우리 벤치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우즈벡과의 4강전에서 먼저 집안단속을 철저히 한 뒤 결실을 취하는 카운터어택을 선택했으나 첫 골을 일찍 허용해 팀 전체에 불균형이 찾아왔다. 상황이 달라지면 곧장 내놓아야 할 플랜B는 아예 없었다. 선수단의 부족한 사기를 끌어내고, 없었던 의지를 심어주며 그라운드에서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펼치도록 하는 것이 벤치의 역할인데 U-23 김봉길호는 이 것이 보이지 않았다. 이 바람에 선수들은 가장 기본적인 역할조차 잃어버린 듯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한동안 공석이던 U-23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위해 여러 지도자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조건부 형태의 계약을 추진하려던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U-23 챔피언십에서 우선 능력을 확인한 뒤 성과에 따라 8월 2018자카르타아시안게임까지 맡기겠다는 복안이었다.

다행히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까지 계약했다. 상황에 따라 2020도쿄올림픽까지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와르르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 우선이다.

“마지막 카타르전은 우리의 스타일을 보여 주겠다”는 코멘트를 어째서 이토록 많은 팬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조롱하는지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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