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과 9회말 승부’ 두산 박세혁 “다음에는 이겨야죠”

입력 2018-02-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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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야구의 9회말은 모든 선수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평생의 명장면으로 간직할 만한 한순간을 가져가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로 인해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2017년 10월 30일은 KIA 선수들이 프로 평생에 남을 명장면을 만든 날이다. KIA는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6으로 승리하며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9회말 1점 차 상황에서 등판한 양현종이 세이브를 기록하며 통합우승의 마침표를 찍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그러나 이 순간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그라운드를 바라본 이가 있었다. 바로 상대편인 두산의 포수 박세혁(28)이었다. 그는 당시 9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양현종을 상대했다. 팀의 운명이 걸린 한판 승부였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만들지 못한 채 단 2구만에 유격수 인필드플라이로 물러났다. 이후 타석에 들어설 타자가 부상을 안고 있는 김재호였기 때문에 두산이 사실 상 공격을 기대해볼만한 자원은 박세혁이 마지막이었다.

박세혁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9회말이었기에 더욱 더 기억에 남아 있다.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 아니겠나”고 말했다. 잠시 아쉬움에 사로잡혀 있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다시 주먹을 움켜쥐었다. 남아 있는 아쉬움을 어떻게 해서든 털어내려는 모습이었다. 박세혁은 “중요한 것은 이제 그 다음이라 생각한다. 당시 기억에 최대한 사로잡히지 않고, 앞을 생각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프로라면 다음에 만났을 때는 두 번 다시 지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정상이다. (양현종 선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그때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다.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하지 않겠나”고 힘주어 말했다.

박세혁은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약속하며 지난 30일 1차 전지훈련지인 호주 시드니로 출국했다. 과거를 반성하며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 그가 어떤 준비로 2018시즌을 시작할 지 새삼 궁금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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