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감독 즐라트코 달리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각에서는 명장을 모셔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임기 4년을 보장해도 아시아에서의 시간이 당사자들에게는 ‘커리어 추락’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크로아티아를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으로 이끈 즐라트코 달리치(52·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감독을 보면 선입관을 깰 수 있다.
달리치 감독은 철저한 무명이었다. 1983년 프로 데뷔 후 2000년 은퇴할 때까지 대부분을 자국리그에서 뛰었고, 국가대표 경력도 없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도자 이력이다. 현역을 떠난 그는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알 아인(아랍에미리트)을 이끌었다. 크로아티아대표팀을 맡은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2013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중동무대를 경험한 만큼 당연히 한국축구, 특히 K리그와 인연이 있다. K리그1 전북 현대와 알 아인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격돌했다. 1·2차전을 마친 뒤 웃은 팀은 전북. 그런데 당시 달리치 감독은 원정 1차전 1-2 패배 후 맞이한 홈 2차전에서 화를 참지 못했다.
전북 한교원(28)이 쓰러져있을 때 시간지연을 이유로 전북 벤치와 신경전을 벌이다 박충균(45) 코치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말수 적고 차분한 성격의 그답지 않은 행동의 결과는 동반 퇴장. 후반전을 관중석에서 원격지휘를 했으나 1-1 무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툼이) 영광스럽기까지 하다”며 박 코치는 웃지만 단상은 남다르다.
그래도 달리치 감독에게는 치열했던 토너먼트 대항전에서 얻은 교훈이 있었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한데 묶지 못하면 언제든 와해되고, 리더가 감정을 컨트롤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크로아티아에서 달리치 감독은 이를 토대로 제자들을 선발 지도했고, 엄청난 역사를 썼다.
전형적인 ‘흙수저’에서 세계적인 명장 반열에 오른 달리치 감독이 밟아온 길이 향후 아시아에서 도전할 유럽 감독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