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또 눈물’ 손흥민, 부와 명예 모두 지키다!…돋보인 에이스의 품격

입력 2018-09-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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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없다. 이겨야 잘 싸운 것이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이 입버릇처럼 반복하는 얘기다.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을 가졌기에 패하고도 정신적인 위안을 삼는 건 있을 수 없다. 23세 이하(U-23) 태극전사들과 함께 나선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여정을 준비하면서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결국 해냈다. 손흥민은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AG 남자축구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한국은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황희찬(22·함부르크SV)의 연장 릴레이 포를 앞세워 일본에 2-1로 이겼다.

잘 싸웠고 당당히 우승을 쟁취한 손흥민은 내내 밝은 미소를 지었다.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기쁨을 표출했고, 김학범(58) 감독을 비롯한 U-23 대표팀 동료들과 얼싸안고 행복해했다.
빠짐없이 등장한 눈물도 빼놓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손흥민의 눈물’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이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 무승(1무2패)으로 탈락했을 때를 시작으로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4강 진출이 좌절되고, 2018러시아월드컵 여정(1승2패)을 마칠 때도 펑펑 눈물을 쏟았다.

인도네시아에서의 눈물은 의미가 달랐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오른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들을 때만 해도 미소가 가득했지만 120분 내내 “대~한민국”을 외친 관중에 인사를 하고 돌아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응원이 감사했다. 금메달은 내 소유가 아니다. 모두가 함께 쟁취한 영광이다.” 월드컵 2회 연속 득점자(3골)에 이름을 올렸고, AG ‘캡틴’ 완장을 찬 그는 주연이 아닌 도우미 역할(1골·5도움)을 감수한 희생으로 에이스의 품격을 확인시켰다.

AG 금메달은 손흥민 자신에게도 엄청난 선물이다. 국내 병역법에 따르면 운동선수는 올림픽 3위 이상, AG 우승을 해야 군 복무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고 이광종 감독이 지휘한 4년 전 인천AG처럼 이번에도 선수단의 1순위 금기어였다.

반면 선수들의 타들어가는 속을 알 턱이 없는 영국 공영 BBC와 스포츠 전문채널 ESPN, 스카이스포츠 등 주요 외신들은 끊임없이 손흥민의 병역문제, 한국 병역법을 상세히 거론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줬다.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AG가 마무리됐다. 들어본 적도 없는 대회에 흔쾌히 선수를 보내는 모험을 건 토트넘은 가치가 폭등한 자산을 꾸준히 소유하게 됐고, 손흥민은 모든 리스크를 털고 유럽 롱런의 발판을 마련했다. 독일의 유럽축구 몸값 전문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는 손흥민의 시장가치를 4500만 유로(약 585억원·1월 기준)로 매겼다. 재계약에 군 문제까지 해결한 지금은 얼마나 더 몸값이 뛸지 모른다. 항간에서는 1억 유로(약 1300억원)까지도 전망한다. 2010년부터 프로인생을 시작해 2018년 마침내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우승을 경험한 손흥민의 내일은 더욱 밝아질 일만 남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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