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한국 배구 무엇이 문제인가, 전문가 4인 육성을 통해 확인한 숙제

입력 2018-09-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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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 김호철 감독(앞 오른쪽). 스포츠동아DB

사상 첫 남녀동반 결승진출을 노렸던 우리 배구가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남자)과 동메달(여자)의 성적표를 받았다. 현재 전력이나 세계랭킹, 배구 인프라에서 이란(남자)과 중국(여자)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동반 결승행을 원했던 팬들과 배구인들에게는 아쉬운 결과다.

아시안게임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한 과정으로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배구는 새로운 과제를 많이 받았다. 시간은 차츰 다가오고 해야 할 일은 많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을 이끌었던 남녀 사령탑과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해설위원으로부터 한국배구의 숙제가 뭔지 들었다.


● 김호철 남자대표팀 감독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조금 더 잘 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 선수들이 긴장해서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 것도 기량이지만 한 세트라도 따냈다면 또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다. 그날따라 이란은 범실도 없이 잘 하기는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절실히 느낀 것은 2가지다. 우선 우리만의 배구를 찾아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배구는 스피드와 높이를 앞세운 세계배구의 흐름을 따라가기 바쁘다.

우리 배구의 최정점인 V리그에서는 용병의 높이와 파워에 의존하는 배구를 하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다. 스피드와 높이도 중요한 요소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다른 뭔가를 해야 한다.

역시 기본기와 테크닉이 문제의 해결방법이 될 텐데 우리보다 기량이 떨어지던 아시아권 선수들이 지금은 빠른 속도로 우리를 따라잡고 때로는 앞서간다. 결국은 많은 투자가 해답이다. 4년 6년 8년 등 장기계획을 세워 젊은 선수들을 많이 선발해 훈련시키고 성적이 필요한 대회와 경험을 쌓는 대회로 대표팀을 2원화시켜 유망주들이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신 어린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는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를육성하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또 고등학생 대학생 유망주를 뽑아서 방학 때마다 합동훈련을 하고 선수 풀을 가능한 넓게 만드는 것도 좋다. 지금처럼 대회 때마다 나가는 선수만 또 선발해 데리고 나가는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김상우 KBS 해설위원. 스포츠동아DB


● 김상우 KBS 해설위

아시아 각 팀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놀랄 정도다. 우리 팬들은 한국배구가 여전히 최강이고 상대를 쉽게 이길 것이라고 믿지만 착각이다. 우리가 2번 붙어 모두 3-2로 이겼던 대만은 카타르를 이기고 동메달을 땄다. 만일 키가 좀더 컸더라면 우리를 뛰어넘을 실력이었다. 파키스탄을 보고도 놀랐다. 모든 팀들의 실력이 평준화됐다. 많이 차고 올라왔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우리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이 30대다. 이들이 떠나가고 나면 뒤를 받쳐줄 선수가 없다. 그게 더 문제다. 일본은 이번에 2진을 내보냈다. 그 선수들 모두 키가 작았지만 그래도 경기를 재미있게 했다. 우리는 그런 2진조차 없다는 것이 큰 걱정이다. 또 하나 스피드배구가 세계배구의 흐름이기는 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는 더 정교하고 정확해져야 한다. 공격수가 정확하게 여유 있게 처리해야 할 상황도 있는데 우리는 너무 급히 서두르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도 2000년대 초 중반 스피드배구에 몰입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에게 판판이 졌다.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드러났지만 상대는 빠르면서도 오픈공격을 할 때는 정확하게 연결했다. 그런 템포를 우리도 갖춰야 하고 범실을 줄이는 배구를 해야 한다.

한국배구의 미래를 위해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선수 숫자가 너무 적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을 혼낼 수도 없고 조금이라도 훈련이 힘들면 배구를 포기해버려 지도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기본기가 떨어지는데 어린 선수에게 꾸준히 투자하고 키우지 않으면 4년 뒤에는 3등도 어렵다고 본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차해원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차해원 여자대표팀 감독

많은 배구팬들이 기대했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해 죄송하다. 승리를 자신했던 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왜 그렇게 허무하게 졌는지 선수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자책할 정도였다.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부담과 팬들의 높은 기대치에 몸이 무거워진 선수들이 눈만 가고 몸이 따라가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못한 경기인데 그 결과에 나도 선수들도 많은 것을 느꼈다.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반드시 태국에 설욕할 것이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6주 동안 합숙훈련을 통해 서브리시브와 수비훈련을 많이 했지만 아직 약점이 고쳐지지 않았다. 특히 한 자리에서 서브리시브 불안으로 연속 실점하고 팀이 흔들리는 점이 문제다. 서브리시브가 한 두달 훈련한다고 크게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그 약점을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그나마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많이 보여줘 다행으로 생각한다. VNL 한일전에서 보여줬던 무기력한 모습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는 어느 정도 나왔다고 본다.

우리 배구가 앞으로 한 발 더 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들의 기본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기본기 강화는 이번 대회뿐 아니라 우리나라 배구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고생한 선수들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9일부터 다시 소집해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한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뛰어야 한다는 것을 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잘 알고 있다.

이숙자 KBS 해설위원. 스포츠동아DB


● 이숙자 KBS 해설위원

안쓰럽게 대표팀을 지켜봤고 결과에 화도 났다. 올해 국제대회 내내 우리 대표팀은 준비과정이 불안해 보였다. 팀플레이에 기복은 있어도 어느 정도는 한다는 느낌과 신뢰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확신을 VNL과 아시안게임 내내 주지 못했다. 기복이 심한 도깨비팀은 우리였다. 준결승전 태국전은 우리가 못하기도 했지만 상대가 워낙 잘했다. 우리는 일본을 대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사실상 태국이 일본보다 더 다양한 플레이를 하고 기술도 화려했다. 전술적으로 상대의 센터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팀에 우리는 약점이 있는데 태국전에서 그 것이 드러났다.

또 태국 세터 눗사라가 그 동안은 패스가 들쭉날쭉하고 공이 날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올해는 새로운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꾸준히 출전하다보니 세트가 훨씬 안정됐고 정확했다.

결정적으로 태국은 어떤 선수가 빠지고 새로운 선수가 들어가도 빈틈이 없었고 세대교체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반면 우리는 14명의 엔트리가 있었지만 위기 때 문제되는 한 자리를 채워줄 선수가 없는 상황이 자주 나왔다. 그 것이 안타까웠다. 여고생 3명을 대표팀에 데리고 갔는데 우리 배구의 미래를 위해 이 선수들을 키우는 것과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목표 사이에서 어떤 방향설정을 할지 우왕좌왕하는 느낌이었다. 경기를 해가면서 팀이 더욱 단단해지고 미래가 보여야 하는데 그런 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문제다.

종합하면 미래를 위한 투자와 대표팀 인재풀을 넓히기 위한 장기계획, 한국형 배구스타일 완성이라는 키워드로 한국배구의 숙제가 좁혀진다. 이 것을 풀기 위해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서두르지 않으면 한국배구의 골든타임은 끝나가고 아시안게임은 남들의 축제가 될 수도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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