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후크 불사’ PO 직행 노리는 한화의 당찬 승부수

입력 2018-09-0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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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수를 띄운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KBO리그가 재개되자마자 후반기 총력전을 선언했다. 선발투수를 이른 시점에 교체하는 ‘퀵후크’도 불사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사진은 경기 전 훈련을 지켜보는 한용덕 감독. 스포츠동아DB

“이제 정말 중요한 경기들만 남았다. 이기는 경기는 최대한 잡아야 한다. 선발투수에게 긴 이닝을 맡기지 않을 수도 있다.”

5강 후보는커녕 하위권 전전이 예상됐지만 한화 이글스의 반전 드라마는 현재 진행형이다. SK 와이번스와 박빙의 2위 싸움을 이어가며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만으로는 만족하기 힘든 분위기다. 2위는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하기 때문에 가을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한용덕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이 2위 자리에 공공연히 욕심을 드러내는 이유다.

한 감독은 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외국인 원투펀치를 제외하면 선발투수의 교체 타이밍을 일찍 가져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퀵후크(3실점 이내의 선발투수가 6이닝을 채우기 전에 강판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사실 올 시즌 한화는 선발진에 긴 이닝을 맡기지 않는 편이다. 5일 경기 전까지 115경기에서 34번의 퀵후크를 했다. 리그 평균(27회)을 상회하며 3위에 올라있다. 토종 선발진의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경기당 4.5명의 투수를 사용하며 최다 2위에 올라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기록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지만, 한 감독이 공식적으로 ‘총력전’을 선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선발이 약한 반면 불펜의 힘은 굳건하니 과감한 선택에 명분이 생긴다. 한화 불펜은 115경기에서 410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평균보다는 많지만 5위 수준이다. 그리 많은 짐을 지우지 않은 것이다. 성적은 화려하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4.17로 리그에서 최강 수준이다.

‘국가대표 마무리’ 정우람과 셋업맨 이태양을 필두로, 서균, 박상원, 송은범 등 1이닝 이상을 믿고 맡길 자원이 즐비하다. 매 경기 총력전을 선언한 만큼, 선발투수에게 긴 이닝을 맡기지 않아도 허리가 버텨낼 힘이 있다는 믿음이다. 5일 롯데전에 ‘베테랑’ 투수 권혁(35)까지 복귀하며 허리를 더욱 더 두껍게 만들었다. 권혁은 홈런을 한개 맞았지만 6회 아웃카운트 두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복귀전에서 0.2이닝 1실점 투구를 했다.

한 감독은 이날 자신의 말을 실현했다. 한화는 롯데를 상대로 사이드암 김재영을 ‘표적 선발’로 기용했다. 하지만 김재영의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2회까지 1실점했는데 3안타 2사사구를 허용했다.

팀이 2-1로 역전에 성공한 3회에도 김재영은 여전했다. 나경민과 손아섭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3회를 시작했다. 후속 이대호를 삼진으로 솎아냈지만 한용덕 감독은 더 기다리지 않았다. 1사 1·2루에서 김재영을 내리고 안영명을 투입했다. 김재영의 투구수는 56개였다.

안영명은 첫 타자 이병규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에 몰렸지만, 앤디 번즈와 신본기를 연달아 삼진 처리했다. 퀵후크가 통한 것이다. 안영명은 2.2이닝 1실점으로 롯데 타선의 기를 죽였다.

한화는 전임 감독 시절 퀵후크라는 단어에 노이로제가 걸린 팀이다. 상식 밖의 기용으로 혹사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2년 반의 시간이었다. 같은 퀵후크라도 올해 한화가 꺼내든 강수는 그때와 완전히 딴판이다. 달라진 이글스는 그때와 다른 결말을 준비 중이다.

대전|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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