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투혼도 소용없는 제주의 반전, 안 풀리는 시즌 왜?

입력 2018-09-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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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성환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얼굴은 푸석푸석했고, 두 눈은 잔뜩 충혈 됐다. 간간히 지어보인 미소조차 서글퍼 보였다. 26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0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둔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제주는 최악의 시즌 후반부를 보내고 있다. 울산 원정 이전까지 14경기 연속 무승(8무6패)이었다. 제주 선수단은 23일 강원FC와 정규리그 29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단체로 헤어 숍을 찾았다. 잃어버린 ‘위닝 멘탈리티’를 되찾기 위해 너도나도 머리를 짧게 잘랐다. 속살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바짝 친 일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부진은 계속됐다. 두 골을 먼저 내준 강원전을 간신히 2-2 무승부로 마쳤지만 울산 원정에서 2-3으로 패했다. 전반에만 세 골을 허용한 제주는 후반 3분 찌아구의 골로 추격을 시작했으나 베테랑 수비수 조용형의 퇴장으로 흐름이 꺾였고 15경기 연속 승수를 쌓지 못했다.

킥오프를 앞두고 “버둥거릴수록 깊은 늪에 빠지는 느낌이다. 선수단도 힘들지만 주변이 더 걱정해주고 있다. 팬들에게 너무 죄송스럽다”던 조 감독은 “조급함이 이른 실점과 패배로 이어진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코칭스태프, 선수단만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처우를 해주지 않고 성과만 바란 구단도 잘한 것은 전혀 없다. 지난시즌 제주는 ‘1강’ 전북 현대에 이어 리그 2위를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출격해 희망을 부풀렸다.

그런데 명가 재건에 확실한 박차를 가했어야 할 제주의 행보는 의문투성이였다. 조 감독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후에야 2년 계약연장을 했다. 진작 새 시즌을 대비했어야 할 시점에 늦은 재계약으로 불필요한 정력을 낭비했다. 여론에 끌려가는 인상이 다분했다.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코칭스태프는 힘을 잃었다. 여기에 선수들은 2위에 어울리는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연봉 인상폭은 지나치게 적었다. 동기부여 없이 퍼포먼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노릇. 심지어 2018러시아월드컵에 출격한 수비수 오반석은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 와슬로 이적했다. 이미 두 차례 중동 오퍼를 받은 그는 조 감독의 만류로 잔류해왔으나 이번에는 막을 길이 없었다. 전북 추격은커녕, 어려운 상황에도 모기업(현대중공업)차원의 꾸준한 관심으로 강한 선수단을 꾸린 울산과는 천지차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제주는 아직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가 있다. 수원 삼성을 1-0으로 누른 6위 강원(승점 38)과 한 경기로 격차가 벌어졌으나 향후 3경기 결과에 따라 스플릿 라운드 그룹A(1~6위) 진입이 가능하고 FA컵 8강에 올라 정상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안 풀리는 현실을 명확히 진단해 문제를 개선하려는 구단의 노력이 없다면 반전은 요원해 보인다.

울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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