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한선수-정지석-현대캐피탈 신영석-문성민-삼성화재 박철우(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선수들의 투표로 뽑는 국내 유일한 상의 성격상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동료들과 평소에 얼마나 인간관계가 좋았고 실력을 인정받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가 투표다. 특히 배구는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하기에 기억 속에서 선수들의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기준은 이전 시즌이지만 투표인단은 지금 당장 잘하는 선수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또 투표가 감성적인 행동이어서 학창시절부터 몸으로 부대끼며 함께 성장해온 선수들 사이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학연과 서로의 친분관계가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자리 잡는다.
그런 가운데서도 투표인단에 뽑힌 선수들은 냉정하게 당시 최고의 선수를 항상 뽑아왔다. 그 결과가 역대 수상자 명단이다. 초창기에는 삼성화재의 박철우(2009년)~석진욱(2010년)~여오현(2011년)이 3년 연속해서 받았고 이후 곽승석~문성민~서재덕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현대캐피탈 문성민은 모든 선수가 인정하는 현역 최고의 스타답게 2013년 2016년 2017년 등 세 차례 동아스포츠대상을 휩쓸었다. 대한항공 곽승석은 2012년과 2014년 수상자다. 한국전력 서재덕은 2015년에 받았다.
배구의 특성상 아무래도 공격수에게 시선이 몰리기 마련이다. 역대 수상자 가운데 공격전담(OPP)이 3차례(박철우 문성민), 공격과 리시브를 동시에 하는 윙스파이커(WS)가 5차례(석진욱 곽승석 문성민 서재덕)로 압도적이다. 문성민은 OPP와 WS로 각각 상을 받아 어떤 포지션에서도 인정을 받는 선수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여오현은 유일한 리베로 수상자다.
배구는 때리고 받고 연결하고 막는 경기인데 아직 연결과 막는 부분 즉 세터와 미들블로커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배구는 세터의 손에 달린 경기라고 할 정도로 연결이 승패의 중요한 변수지만 동아스포츠대상 투표에서 아직 세터 출신의 올해의 선수는 없다. 미들블로커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날개공격수보다는 공격과 수비가담 기회가 적은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CMS와 함께하는 2018 동아스포츠대상’프로배구 남자부분 ‘올해의 선수’5명 후보명단은 흥미롭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대한항공에서 세터 한선수와 윙스파이커 정지석이 후보다. 한선수는 챔피언결정전 MVP였다. 리그우승팀 현대캐피탈은 시즌 MVP 신영석과 문성민이 수상 후보다. 신영석은 미들블로커로서는 사상 처음 시즌 MVP였다. 동아스포츠대상 운영위원회가 결정한 마지막 후보는 삼성화재의 OPP 박철우다. 수많은 외국인 OPP 사이에서 토종의 힘을 과시하며 팀을 시즌 2위로 이끈 공로를 인정해줬다. 후보들 모두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박철우는 공격종합, 문성민은 서브, 신영석은 블로킹에서 각각 국내선수 가운데 최고성적이었다.
창단 이후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한 대한항공 정지석은 수비에서 빛났다. 한선수는 연결에서 드러난 숫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과연 이들 가운데 누가 남자프로배구 올해의 선수가 될까. 결과는 12월 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벌어지는 시상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