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팬이 구단주고 아이들이 V리그의 미래다

입력 2019-01-21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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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 올스타전. 스포츠동아DB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졌던 V리그 올스타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온라인 티켓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몇 분도 되지 않아 모든 좌석이 다 팔릴 정도로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부터 흥행성공은 이미 예고됐다.

● KOVO가 올스타전 티켓판매 결과를 널리 알리지 않은 까닭은

KOVO는 지난해 의정부 대회 때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에도 티켓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모두 팔렸다. 하지만 재판매를 목적으로 구입한 사람도 많았다. 또 개인사정으로 티켓을 사놓고도 현장에 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뉴스로 보도된 매진 소식에 현장판매용 티켓구매를 아예 포기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 바람에 경기시작 전까지 빈 좌석이 보였지만 다행히 관중석은 가득 찼다. 지난해의 기억이 있었기에 KOVO는 티켓예매 결과를 굳이 알리지 않았다.

현재 관중들의 열기나 갈수록 빨라지는 티켓예매 완전판매 속도를 감안한다면 대형 돔구장에서의 개최도 검토해볼 정도로 V리그 올스타전은 인기 있는 이벤트매치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올스타전은 팬들과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선수들의 노력과 거듭할수록 세련되는 세리머니, 팬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이벤트 등으로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만족스런 행사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심어줬다. 이런 성공적인 이벤트를 위해 노력해온 KOVO의 모든 구성원들과 남녀구단 선수단, 프런트에게 배구 팬의 입장에서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 지금의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하지만 지금의 성공에 만족하고 초심을 잃는다면 앞으로의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겨울스포츠의 후발주자로 시작한 V리그가 그동안의 노력 덕분에 1위 자리로 올라섰지만 이는 언제든지 꺼질 수 있는 거품이다. 팬들의 인기처럼 덧없는 것이 없다. 팬들은 변덕이 심하다. V리그보다 더 재미있는 스포츠이벤트나 눈요깃거리가 있다면 언제라도 눈길을 돌릴 수 있다. 그래서 항상 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수준 높은 경기가 됐건 경기 뒤 사인이나 함께 사진 찍기 등의 서비스가 됐건 관중과 팬 없는 V리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한때 국민스포츠로 사랑받았던 프로야구가 오직 돈만 바라보는 몇몇 선수들의 성의 없는 행동으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 선수들이 누리는 부와 인기는 공짜가 아니다. 모두 팬들에게 진 빚이다. 이를 갚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V리그는 깨끗한 스포츠라는 이미지로 잘 포장됐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에 훼손을 줄 위험은 언제든지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이나 음주운전, 폭력행위, 최근 몇몇 종목에서 알려져 전 국민의 공분을 사는 성추문 등이 V리그에서는 없었다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그동안 쌓아올린 인기는 한 방에 사라진다. 그래서 더욱 조심하고 주위를 경계해야 한다.

잊지 말자. 팬이야말로 V리그 구성원 모두에게 진정한 구단주라는 것을.

● 대한항공-KOVO 유소년 클럽대회의 의미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는 V리그 올스타전보다 더 뜨거운 배구경기가 벌어졌다. 2019대한항공-KOVO배 유소년클럽대회였다. 남자부 7개 구단이 정성으로 육성해온 배구 꿈나무들이 그 동안의 훈련성과를 경기로 확인하고 다른 팀의 클럽 선수들과 함께 즐거운 기억을 나누는 행사였다.

오전 10시부터 벌어지는 경기를 위해 대전과 천안 의정부 등에서 버스를 대절해 체육관에 도착한 선수들은 가족과 팀 관계자들의 응원 속에서 열심히 코트를 누볐다. 한국전력은 아예 평소 타보기 힘든 구단버스를 제공했다. 이 또한 아이들에게는 즐겁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한국전력이 탄탄한 전력으로 4강에 올랐고 가장 먼 대전에서 온 삼성화재가 추첨의 행운으로 4강이 됐다. 결국 다른 팀보다 1년 먼저 유소년 클럽팀을 만들어 운영해온 현대캐피탈이 빼어난 기량을 자랑하며 대한항공 유소년 클럽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 미래의 주역에게 더 자주 배구를 즐길 기회를 주자

대회를 주관한 대한항공 측은 준결승전을 앞두고 당초의 계획을 변경했다. 이벤트 경기를 추가했다. 6강 토너먼트에서 탈락한 OK저축은행, KB손해보험 우리카드 유소년팀이 한 경기만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했다. 사실 승패가 중요한 대회는 아니었다. 보다 많은 아이들이 코트에서 뛸 기회와 경기경험을 쌓아주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통해 매주말 1차례씩 해온 훈련이 실전에서 어떻게 응용되고 왜 그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를 아이들에게 확인시켜줬다.

하경민(현대캐피탈) 신영수(대한항공) 한유미(OK저축은행) 등 프로출신은 물론이고 오랜동안 아이들과 함께 땀을 흘려온 다른 유소년클럽 지도자들의 열성과 노력으로 처음 배구공을 잡은 아이들은 배구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개회식에 참가했던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이런 대회가 많아져서 보다 많은 클럽팀이 생겨나야 배구의 저변이 넓어진다”고 했다. 남자구단 사무국장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선수육성과 지원방안이 학교를 중심으로 찾았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던 프로구단들이 내린 결론이기도 했다. 이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 단계별 클럽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배구의 미래”라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의 KOVO의 선수육성 정책방향도 클럽을 중심으로 저변을 넓히고 이들 꿈나무들이 더 자주 참가할 수 있는 대회나 이벤트 경기를 많이 만들기로 합의했다.

● 왜 유소년 클럽인가

비록 이번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여자구단이 운영하는 유소년클럽도 참가시켜 규모를 키우고 비시즌에 고정적으로 클럽대회를 열거나 시즌 때는 프로팀의 경기에 앞선 오픈게임으로 이들의 경기를 여는 것도 고려하기로 했다.

이날 경기 도중 가장 어린 1학년 여자 어린이가 교체 출전했을 때는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비록 플레이는 어설펐지만 동료들도 점수가 날 때마다 어린 동료를 격려하는 모습에서 함께하는 운동의 가치는 확인됐다.

유소년 클럽팀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본 현대캐피탈 김성우 사무국장은 “천안의 경우 참가인원을 제한할 정도로 많은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가입을 원한다. 아예 친한 친구 6명씩 팀을 이뤄 가입신청을 한다. 1년 만에 인원이 3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매월 3만원을 내고 주말마다 배구교육을 받는다. 아이들에게는 음료와 간식 등 3만원어치 이상의 혜택으로 돌려준다. 참가비는 훈련을 빼먹지 않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 아이들이야 말로 V리그의 미래다

경기장 대관과 주말에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문제점만 해결한다면 유소년클럽은 많은 프로출신의 은퇴선수와 구단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집에서 게임기와 휴대전화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뛸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는 것에는 어느 학부모도 찬성한다.

문제는 인프라다. 학교수업이 끝난 뒤, 혹은 주말에 학교의 실내체육관 시설만 이용할 수 있다면 더 자주 더 많은 아이들이 클럽팀에 가입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이는 배구뿐 아니라 다른 실내스포츠도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갈수록 각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는 줄어든다. 스포츠산업은 인적자원이 풍부해야 미래의 성공이 보장된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미래는 암담하다. 결국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운동신경이 좋은 유망주들을 어느 스포츠가 먼저 데려가느냐는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KOVO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이유다. 아이들이야말로 V리그의 미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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