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애물단지’ FA컵을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9-05-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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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에서 텅 빈 경기장을 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관심도와 긴장감이 떨어지는 대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16강전을 치른 수원 삼성과 광주FC 선수들이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수원이 승리해 8강에 올랐다. 스포츠동아DB

FA컵은 어떤 대회일까. 자주 쓰는 표현이 있다. ‘국내 최고 권위’라는 수식이다. 유감스럽게도 외부에 비치는 모습은 프로·아마추어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가장 오래된 대회,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무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위 팀들의 반란이 이어진 올해 대회처럼 단판 토너먼트 특성상 대학, 실업이 프로팀의 덜미를 낚아채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거기까지다. 어쩌다 나오는 반란만 기약 없이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긴장감이 떨어진다. 구단 관계자들과 축구인들은 “정규리그와 FA컵은 다르다. 같은 주중 경기를 해도 왠지 심드렁하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단 생각도 비슷하다.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A는 “FA컵은 집중이 어렵다.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도 형성하기 어렵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장의 목소리가 이럴진대 팬들을 매료시키는 장면이 많을 수 없다. 관중이 300~400여 명에 불과한 경기도 흔하다. 하품 나오는 경기 끝에 약체에 패해도 강팀들이 입는 타격은 순간이다. 오히려 ‘귀찮은 혹’ 하나를 떼어냈다며 안도하는 팀들도 있다.

대회 방식을 바꿔보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잉글랜드처럼 무승부 시 재 경기를 하는 것도 괜찮다. 모든 무승부가 어렵다면 득점 없는 경기에 한해 추가 경기를 하는 형태도 좋다. K리그도 공격축구를 유도하기 위해 골 득실보다 다 득점을 우선시한다. FA컵도 못 할 이유는 없다. 의지가 있고, 구성원들끼리 합의만 하면 된다. 빡빡한 일정으로 예비 일이 부족하고, 시즌 종료일이 늦어지면 다음 시즌 준비가 늦어진다는 하소연은 변명일 뿐이다. 유럽은 리그 및 FA컵, 리그 컵까지 소화한다. 일부는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 대항전(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도 치른다.

주목도를 높일 필요도 있다. 지금처럼 띄엄띄엄 대회를 소화하면 관중몰이가 쉽지 않다. 대진이 어떤지, 경기는 언제인지 홍보가 되지 않는 형편이다. 경기장 인근 상인들도 “오늘 경기가 있느냐”고 되물을 정도다. TV 중계도 잡히지 않고 홈경기에 들인 예산이 수입보다 많은 실정이다.

특정 라운드부터 제3지역에서 단기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홈 어드밴티지를 포기해 ‘팬 중심 행정’이 흐트러질 부담은 있으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킬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이러한 형태로 우승 팀을 가리곤 했다.

데이터 구축도 시급하다. 협회 홈페이지에서 득점왕, 대회 MVP(최우수선수) 정도를 빼면 나머지 자료는 얻기 어렵다. 대회당일, 각 경기 라이브 스코어와 주요 상황 업 데이트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는데 다양한 스토리는 더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협회의 고민도 크다. 이대로라면 무의미한 대회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도 잘 안다. 수시로 대회 방식을 바꾼 것도 ‘더 재미있는’ 대회를 위함이다. 올해도 4강부터 홈 앤드 어웨이로 승자를 가린다. 지난 시즌까지는 결승전에 한해 이런 형식을 취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FA컵 권위를 되찾고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축구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더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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