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오재원이 5회초 2사 만루에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친 후 고영민 코치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고척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올 가을 두산 베어스의 히트작으로 떠오른 ‘셀카 세리머니’도 잊었다. 순간의 감격과 희열을 나누느라 어쩔 수 없었다. 두산 팬들은 ‘V6’만큼이나 오재원과 고영민 코치의 포옹에 감격을 느꼈다.
두산은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연장 10회 승부 끝에 11-9로 승리했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내리 쓸어 담은 두산은 2016년 이후 3년만의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해결사는 오재원이었다. 9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출장한 오재원은 2회 첫 타석에서 3-2로 달아나는 우전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7-8까지 추격한 5회 2사 만루에서는 좌전 2타점 적시타로 역전을 이끌었다. 9회 2사 후 동점을 허용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는 상황, 연장 10회 선두로 나서 2루타로 흐름을 바꾼 것도 오재원이었다.
올해 KS에서 ‘캡틴’ 오재원을 비롯한 두산 선수들은 적시타를 때린 뒤 셀카를 찍는 시늉을 한다. 이른바 셀카 세리머니다. 하지만 오재원은 5회 적시타를 때린 뒤 덕아웃과 3루측 관중석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했다. 그리고 이내 1루 코치석에 있던 고영민 코치와 격한 포옹으로 기쁨을 나눴다.
오재원은 이날 본인이 늘 그랬듯, 그리고 고영민이 늘 그랬듯 안정적 수비로 키움 타선을 봉쇄했다. 이들은 비록 1살 차이이지만 두산 2루수의 과거와 현재다. 고 코치는 2006년 116경기 출장을 시작으로 두산 내야의 중심을 잡았다. ‘2익수’라는 별명도 그가 원조다. 국가대표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후 오재원의 시대가 왔다. 2008년 117경기 ¤장을 시작으로 오재원은 줄곧 두산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고 코치는 1루로 포지션을 바꾼 뒤 2016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포지션 경쟁자. 하지만 이제는 코치와 선수 신분이다.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한 그들의 포옹이 진한 감동으로 남는 이유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 이날의 장면을 회상한다면 두산 2루의 과거, 그리고 더 먼 과거로 추억될지도 모른다. 오재원에게도 고 코치가 그랬듯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조연 역할에 머무를 날이 올 것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2루수로 966이닝을 소화했던 오재원은 올해 480.2이닝만 책임졌다. 여전히 팀 내 1위지만 최주환(474이닝), 류지혁(243.2이닝) 등 후배들의 지분이 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가장 화려한 시기를 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물론 그라운드 위에서는 20대 초반 시절 모습 그대로 ‘허슬’ 그 자체다. 하지만 오재원에게 남은 시간은 최주환, 류지혁의 것과 비교하면 적은 게 사실이다. 이날 두산 팬들의 눈시울을 자극한 둘의 포옹은 그래서 더욱 값졌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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