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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는 특정 팀에 따라 시청률의 차이가 적고 모든 경기가 고르게 나오는 추세다. 성장세가 확실하다. 반면 남자배구는 몇몇 인기구단이 시청률을 이끌고 있다. 결과를 예측하기 쉬운 남자경기와 승패를 누구도 모르는 여자경기의 차이로 해석된다. 여자부의 급성장에 힘입어 V리그의 시청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남녀 합쳐서 1.2%~1.3%를 기록했지만 이번 시즌은 1.5%~2%를 유지한다. V리그의 파이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현대건설이 첫 세트를 일방적으로 따내고도 풀세트까지 끌려갔던 것은 체력 탓이었다. 2세트부터 눈에 띄게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다. 열흘 사이에 4경기를 치르다보니 선수들은 자주 넘어졌다. 양효진 이다영 등 대표선수들이 쓰러졌을 때는 더 걱정이 됐다. 대표팀 차출과 시즌중단을 앞두고 일정을 빡빡하게 짜다보니 모든 팀에게 하중이 심하게 걸리고 있다. 이참에 V리그도 축구처럼 한 경기를 치르면 최소 몇 시간의 의무휴식을 주는 방법을 도입하면 어떨지 궁금하다.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프로스포츠인 이상 선수들의 희생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더 나은 경기수준을 위해서는 어떤 일정과 리그 운영방식이 좋은지 현장의 의견도 자주 들어봤으면 한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양효진은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을 많이 했다.
이날 양효진은 14득점, 41.94%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블로킹 1개에 범실은 6개였다. 이전 2경기에서 각각 28득점(5블로킹), 24득점(6블로킹)의 활약과 비교하면 평소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만큼 체력이 방전된 상태였다.
4세트 도중 양효진은 상대의 공에 맞고 코트에 쓰러졌다. 한참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그 세트를 마치지 못했다. 양효진은 눈을 뜬 채로 공을 정통으로 맞았다. “그 순간 눈앞이 까맣게 됐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잠시 기절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눈을 뜨고 공을 맞았다는 것이다. 블로커는 상대가 공격할 때 눈을 감지 말라고 배운다. 기본이지만 지키지 못하는 선수도 많다. 눈을 떠야 공과 상대의 움직임이 보인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4세트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양효진은 5세트에 또 출전했다. 경기를 끝냈고 팀에 귀중한 승점2를 안겼다. “내가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지쳤다”고 했던 양효진은 “어릴 때부터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뛰어야 한다고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팀의 중심선수가 이런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면 감독과 구단은 편하다. 이제 양효진은 팀과 동료들이 모두 의지하는 위대한 선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