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라운드 상주 상무와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둔 후 인천 유상철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인천 유나이티드는 K리그1(1부 리그) 무대에서 매년 생존 드라마를 써왔다. K리그2(2부 리그)로 떨어질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는 행보를 걷다가도 찬 바람이 부는 시기엔 엄청난 저력을 발휘하며 K리그1에 살아남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올해 ‘인천 드라마’는 유상철 감독(48)의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잔함을 더하고 있다. 유 감독은 19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병원 검사 결과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축구계 전체가 그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3일과 24일 전국에서 열린 K리그 경기에 앞서 30초간 유 감독을 위해 박수를 치는 행사를 진행했다. 또 각 팀 감독들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패를 떠나 유 감독의 쾌유를 비는 격려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유 감독은 “정말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셨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인, 팬들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유 감독의 버킷 리스트 ‘홈 승리’ 일궈낸 인천
유 감독이 가장 이루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홈 승리’다. 인천은 5월 14일 유 감독 부임 이후 홈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유 감독 체제에서 일군 3승은 모두 원정에서 거뒀다. 이날 상주 상무전은 인천의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다. 유 감독은 “마지막 홈경기를 찾은 팬들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의 뜻대로 인천 선수들은 홈에서 이겼다. 비가 내리고 찬 바람이 부는 차가운 날씨에도 홈경기를 찾은 1만1486명의 팬들을 위해 온 힘을 짜낸 인천은 후반 30분 문창진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43분 케힌데의 추가골까지 터지면서 상주에 2-0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유 감독은 “마지막 홈 승리로 팬들에게 선물을 안겨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밝게 웃었다. 이 승리로 승점 33이 된 인천은 성남FC에 승리한 경남FC(승점32)와의 격차를 유지하며 10위 자리를 지켜냈다.
● “내가 희망이 되고 싶다”
유 감독이 앓고 있는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가장 위험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유 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췌장암 환자들은 생존의 기로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다. 그는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선수시절부터 힘든 경험을 통해 성장했고, 이 자리에 왔다. 지금도 그런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 분들에게 희망을 주기위해서라도 보란 듯이 완치가 돼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치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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