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티네스. 스포츠동아DB
메이저리그(MLB) 데뷔를 앞둔 김광현(32)의 핵심 과제는 선발 직책을 따내는 일이다. 복병은 역시 최대 라이벌인 카를로스 마르티네스(29)다.
선발 로테이션에 남은 자리는 딱 하나 뿐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미 1~4선발 구성을 마쳤다. 베테랑 애덤 웨인라이트를 중심으로 잭 플래허티, 다코타 허드슨, 마일스 마이컬러스가 선발진을 이룬다. 5선발 자리를 노리는 김광현에게는 달갑지 않은 경쟁 상대가 있다. 2019년 마무리 투수로 24세이브를 올린 마르티네스다. 2018시즌 도중 어깨 부상 때문에 잠시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던 그는 새 시즌 선발 복귀를 원한다.
‘새내기’ 김광현에게는 높은 벽처럼 느껴질 수 있는 존재다. 이미 선발 투수로 검증된 카드인 까닭이다. 마르티네스는 2015~2017시즌 내내 팀의 주축 선발로 활약했다. 2015년 14승(7패)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6승(9패), 2017년 12승(11패)을 기록하며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으로 꾸준함도 확인시켰다. 김광현 역시 KBO리그에서 승리의 보증 수표 역할을 해왔지만, 아직 MLB에선 보여준 것이 없어 다소 불리한 경합이다.
구단의 시선 역시 마르티네스 쪽으로 다소 기울어져있다.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 훈련장에서 투·포수 첫 공식 합동 훈련을 앞두고 만난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사장은 “팀에 최선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마르티네스가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다면 선발로 뛰게 될 것이다. 그 스스로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40일간 마무리 투수, 선발 투수, 4번 타자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짚었다.
김광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평가를 피했다. 모젤리악 사장은 “김광현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우리 팀에 기여할 수 있는 키 플레이어다. KBO리그에서 성공한 선수를 영입해 기쁘다”고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김광현 스스로 증명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로테이션을 둘러싼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김광현이 지닌 경쟁력만큼 중요한 것이 다른 선발 후보들에게서 나오는 변수라는 의미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마르티네스가 선발 투수로 올스타전에 두 차례나 출전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어려운 결정을 하겠지만 현재로선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광현에 대한 첫 인상은 긍정적이었다. 쉴트 감독은 “김광현과 대화를 나눴는데 팀에 기여하고 싶어하는 선수”라고 반기며 “선발로 뛰고 싶어 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지만 궁극적으로 팀을 우선순위에 두는 선수라는 점에서 고맙다”고 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최선을 다해 도전하겠다”는 김광현으로선 스스로 계획한 준비 과정을 성실히 밟아나가는 방법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