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무관중 경기가 알려준 리그의 의미와 디테일

입력 2020-02-24 1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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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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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가 25일부터 무관중 경기를 한다. 남녀부 합쳐 6라운드 35경기가 일단 대상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코로나19는 지난 주말을 고비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광범위한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된다. 정부도 23일 위기경보를 최상위인 심각단계로 전환했다. 거기에 발맞춰 한국배구연맹(KOVO)도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이미 김천과 안산 인천 등의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연고구단에 리그중단을 요구했다. 그 것이 어렵다면 무관중 경기를 해달라는 공문을 21일 보냈다. 확진자가 많이 나온 경상북도의 김천시는 종합 스포츠타운을 폐쇄해버렸다. KOVO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내린 결정이었다.

졸지에 홈구장이 사라진 도로공사는 김천에서 6라운드 4경기를 치러야 한다. 한때 도로공사는 6라운드를 모두 원정으로 치르겠다고 했지만 KOVO는 도로공사에게 예정대로 김천에서 무관중 홈경기를 치르도록 했다. 그 것이 리그의 정신에 맞는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가 사회 이슈가 되자 지난 8일 남녀 13개 팀의 단장들은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각 팀의 단장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몇몇은 “당장 리그를 중단하자”고 했다. 그날 모임의 분위기로만 보자면 내일이라도 리그가 중단될 것 같았다. 그렇게 주장했던 이유도 충분했다. V리그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발 빠르게 움직여 큰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행운이 겹친 덕분이지만 지금까지의 성공이 미래의 안전을 장담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장들은 만에 하나 경기장에 온 관중 가운데 누군가가 확진판정을 받았을 경우 생길 문제를 두려워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연고구단에 “당장 리그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같은 이유였다. 그래서 즉시 리그중단을 원했지만 현명하게도 그날 나온 최종결정은 달랐다. 단장들은 KOVO에 해결방법을 먼저 알아보도록 했다. 최종결정권까지 일임하면서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그 덕분에 5라운드를 소화할 시간을 벌었다.

여기서 리그의 중요한 의미가 등장한다. 리그는 약속이다. 스폰서, 방송사 등 프로비즈니스 산업에 함께 하기로 했던 모든 구성원들이 정한 일정이 시즌이다.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이 다른 것은 이 대목이다. 아마추어는 주위 상황에 따라 자기들끼리 경기를 취소할 수도 연기할 수도 있지만 프로페셔널 리그에서는 반드시 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천재지변이 아니라면 이미 정해놓은 일정을 룰에 따라 소화하는 것이 구성원의 의무다. 사실 이미 봄 배구에 탈락한 팀으로서는 더 이상의 경기는 의미가 없다. 하기 싫을 것이다. 관중수입이 슈퍼스타 한 명의 연봉도 대기 힘든 구조에서, 홈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비용이 더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코로나19로 인한 리그중단은 좋은 핑계가 될 수도 있다.

만일 각자가 팀의 이익만 먼저 생각해 리그 일정이 변경되거나 단축된다면 팬과 스폰서, 중계방송사 등과 했던 약속은 깨진다. 리그구성원이 해야 할 책무의 위반이다. 이런 사실을 단장들은 잘 알았다. 우리 팀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과 구성원의 의무를 먼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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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도 상황별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준비했고 정부당국과의 긴밀한 의사교환을 하며 리그의 연속성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지난 주말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KOVO는 다시 한 번 각 구단에 의견을 물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뜻(무관중 경기)과 다른 생각의 구단도 의견을 통일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23일 늦게 발표된 무관중 경기였다. 이번 코로나19 대응과정을 통해 V리그의 내부 성숙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악마가 숨어 있다는 디테일이다.

관중이 없는 가운데 치러지는 경기는 V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구단과 선수들도 모두 새로운 경험이다. 한창 V리그의 인기가 탄력을 받던 터에 나온 악재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비록 경기장에 오지는 않지만 수많은 사람이 V리그를 지켜보며 응원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정성을 다해야 한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선수들은 관중이 있어야 더 힘을 내고 잘 하는데 무관중 경기는 처음이라 선수들의 마음이 느슨해질 수 있다”면서 선수들의 더욱 단단한 마음가짐을 요구했다.

구단도 KOVO도 마찬가지다. 경기장을 오고 싶어도 못 오는 팬들의 마음이 멀어지지 않도록 더욱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 방식이 무엇인가를 놓고 KOVO와 13개 구단은 지금 고민 중이다. 그동안 V리그에서 해왔던 경기진행 방식을 그대로 할 것인지 아니면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다른 진행방식을 선택할지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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