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었다. 뜻밖에도 동양문화를 향한 호기심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와 브라질 리그를 뛰었던 그는 겪어보지 않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했다. 그에게 동양과 한국이라는 나라는 미지의 신세계였다. 디우프는 특히 우리의 사찰문화에 호기심이 많았다. 이런 디우프를 위해 KGC인삼공사는 “시즌을 잘 마치면 쉬는 시간에 유명한 사찰인 합천 해인사의 템플스테이를 경험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디우프는 너무나 좋아했다.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에서 기록을 보관하는 업무를 하다가 여자친구를 따라 한국에 온 남자친구 마르코와 함께 꼭 템플스테이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을 뒤흔든 신종 코로나 감염증으로 모든 일이 어긋나버렸다. 디우프가 엄청난 활약을 해준 덕분에 5라운드 한때 플레이오프의 희망도 가졌지만 6라운드 4경기를 남기고 3위 흥국생명과의 승점 차이는 8로 벌어졌다. 지난 3일 6라운드 맞대결이 플레이오프를 위한 마지막 기회였다. 잔뜩 벼르고 준비했지만 갑자기 리그가 중단됐다. 언제 다시 리그가 시작될지도 모른 채 디우프는 힘든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시즌이 중단되자 봄 배구 희망이 사라진 삼성화재 산탄젤로와 IBK기업은행 어나이는 짐을 싸서 돌아갔다. 산탄젤로는 구단과 얘기가 쉽게 통해 깔끔하게 이별했다. 구단은 “혹시 필요하면 다시 부른다”고 했지만 그럴 일은 결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어나이는 잔여연봉을 놓고 구단과 마무리를 짓지 못했지만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서둘러 떠났다. 봄 배구가 좌절된 도로공사의 산체스도 내심 귀국을 원하지만 현재는 방법이 없다. 쿠바까지 가는 직항기가 없어 경유를 해야 하는데 많은 항공편이 끊겼다. 구단은 이런 사실을 산체스에게 세세히 설명해줬다. 도로공사는 산체스가 시즌을 마치지 못하면 떠나는 날까지를 기준으로 해서 월급을 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산체스는 하루라도 한국에 더 머무르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이처럼 많은 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중단 속에서 외국인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달래는 가운데 KGC인삼공사는 여유 있는 표정이다. “고맙게도 디우프가 끝까지 시즌을 마치기로 했다”고 구단은 전했다.
구단은 최근 디우프에게 이틀의 휴가를 줬다. 코로나19만 없었다면 합천의 해인사에서 템플스테이를 1박2일 동안 경험할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현재 모든 사찰은 산문을 폐쇄했다. 언제 다시 사찰의 문이 열리고 템플스테이가 시작될지는 모른다. 구단은 이런 디우프를 위해 KGC인삼공사가 운영하는 서울의 최고급 스파 이용권을 줬다. 디우프는 이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홍삼을 이용한 스파에 완전히 빠졌던 모양이다. “어메이징 했다”면서 구단의 배려에 감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매일 이런 스파에 보내준다면 다음 시즌에도 팀에 남겠다”고까지 했다. 그 말을 들은 구단관계자는 “그럼 약속했다”면서 손도장을 찍었다.
스파는 가끔 V리그 여자선수들의 영입전쟁 때 중요한 장소로 쓰인다. 2년 전에는 현대건설에서 이적한 김세영이 강남의 최고급 스파를 경험했다. 당시 김세영은 현대건설을 떠나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기로 약속했다. KGC인삼공사의 한수지를 FA선수로 데려오려다 막판에 일이 틀어진 현대건설은 김세영을 다시 설득해 잔류시키려고 애를 썼다. 이런 상황에서 흥국생명은 김세영과 김미연의 FA계약을 맺은 뒤 두 사람을 최고급 스파로 보냈다. “우리 선수에게 주는 감사의 선물”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하루 종일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니 호사에 만족스러워 했고 새로운 팀에 통합우승을 선물했다.
이번에는 디우프가 시즌 도중에 최고급 스파에서 좀처럼 잊지 못할 즐거운 경험을 했다. 스파 덕분에 잘만하면 다음 시즌에도 팬들은 디우프가 KGC인삼공사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볼 가능성도 커졌다. 물론 그의 템플스테이 체험도 언젠가는 이뤄질 전망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