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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의 자유계약(FA)선수 영입전쟁이 막을 올렸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0일 남자 20명, 여자 18명 등 총 38명의 FA선수명단을 발표했다. 남,녀부 챔피언결정전 사흘 뒤의 공시가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시즌 조기종료로 9일 KOVO 이사회 다음날 발표했다.
●늘어난 샐러리 캡과 높아진 선수들의 기대치
남,녀부 모두 지난 시즌보다 샐러리 캡이 올라가 선수들에게 돌아갈 파이가 커졌다. 남자는 26억원에서 31억원으로, 여자부는 14억원에서 23억원(18억원+옵션 캡 5억원)으로 늘었다. 선수들의 기대치는 당연히 더 커지겠지만 여자부는 새로운 변수가 있다. 그동안 남,녀부 모두 FA선수의 연봉을 공개하면서 옵션과 이면계약 등을 제외했다. 허술한 규정 탓에 팀간 전력차이를 줄이려고 선택한 제도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여자부는 이를 막기 위해 9일 이사회에서 “새 시즌부터 FA선수를 비롯한 모든 선수의 연봉을 공개하고 검증 한다”고 결정했다. 뒷돈 거래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9일 이사회에서 어느 구단의 단장은 “여자구단들이 지금 최대 23억원에서 18~19억원을 쓰고 있다”고 고백했다. 새 규정대로라면 여자구단은 승리수당 최대 3억원을 포함해 26억원까지 쓸 수 있다. 그동안 실제로 써왔던 규모에서 엄청나게 늘어난 수준은 아니다. 선수들의 기대치와 구단의 제시액의 격차가 클 가능성도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모든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려고 한다는 것도 변수다.
●여자부 관심사는 세터들의 연쇄이동
좋은 선수들이 많이 쏟아진 여자부는 남자부보다 이적이 활발할 전망이다. FA최대어로 평가받는 이재영에게 얼마나 줄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이를 기준으로 다른 FA선수들의 몸값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소문대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흥국생명에서 함께 뛸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만일 이다영이 움직이면 세터들의 연쇄이동이 벌어진다. 세터는 야구의 포수처럼 특수 포지션이기에 한 팀에 주전은 1명만 필요하다. 몇몇 팀의 주전 세터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2019년부터 도입된 FA선수 등급제에 따라 이적할 경우 보상선수를 주지 않아도 되는 B,C등급 선수들이 이적시장에서는 알짜로 평가받는다. 우리 팀의 전력누수 없이 필요한 퍼즐을 채워줄 선수이기 때문이다. 도로공사의 베테랑 이효희 정대영과 전세얀이 B등급 선수다. 4번째 FA에 도전하는 베테랑 2명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최근 여자 FA선수들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돈보다는 우승 가능성과 동료들과의 관계, 팀이 그동안 쌓아온 평판과 내게 얼마나 정성을 다했는지 여부 등을 먼저 봤다. “돈 보다는 마음”이라고 어느 구단의 협상 실무자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최대어 나경복과 큰 손 현대캐피탈의 선택
남자부는 처음 FA선수 자격을 얻는 나경복(우리카드)을 누가 얼마에 품느냐가 궁금하다.
시즌 MVP 트로피도 받아서 몸값이 치솟을 것은 확실하다. 그동안 FA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해왔던 현대캐피탈이 영입전쟁에 참전하느냐 마느냐가 가장 궁금하다. 전광인은 군에 입대해야 하고 문성민은 2주 전에 수술을 받았다. 대신 송준호 허수봉이 제대한다. B등급의 알짜선수 박주형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남자부는 여자부와 달리 A등급 선수의 이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B,C등급 가운데 이적 가능성은 남아 있다.
FA선수들은 23일 오후 6시까지 모든 팀과 협상이 가능하다. A등급의 FA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24일 낮 12시까지 보호선수 명단을 내놓아야 하고 상대 구단은 27일 오후 6시까지 보상선수를 선택하면 된다. B,C등급은 이전 시즌 연봉의 300%, 150%만 보상하면 된다.
●2020년 FA선수 명단(괄호 안은 FA선수등급)
▲우리카드=나경복(A) 이수황(B) ▲대한항공=진상헌 정성민 유광우(이상 B) 조재영(C) ▲현대캐피탈=박주형(B) ▲OK저축은행=최홍석(A) 한상길(B) 이시몬(C) ▲삼성화재=박철우 박상하(이상 A) 백계중 권준형(이상 C) ▲KB손해보험=박진우(A) 김정환(B) ▲한국전력=신으뜸 오재성(이상 B) 장준호 조근호(이상 C) ▲현대건설=황민경 김연견 이다영(이상 A) ▲GS칼텍스=문명화(A) ▲흥국생명=김해란 조송화 이재영(이상 A) ▲KGC인삼공사=한송이 오지영 염혜선(이상 A) 채선아(B) ▲IBK기업은행=김수지 김희진(이상 A) ▲도로공사=박정아 문정원(이상 A) 이효희 정대영 전새얀(이상 B)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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