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감독 로베르토 산틸리.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이 마침내 외국인 감독을 맞았다.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55)이 코치 겸 전력분석 담당 프란체스코 올레니와 함께 24일 입국했다.
산틸리 감독은 1995년 지도자생활을 시작해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 독일리그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5년부터 2년간 호주대표팀 감독도 지냈다. 지난달 29일 박기원 전 감독과 계약연장을 포기한 대한항공은 1개월 가까이 지나서야 새 감독을 확정했다.
새로운 길을 가느라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V리그 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 임명을 앞두고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눌 수 없어 계획보다 지체됐다.
대한항공이 누구도 가보지 않은 유럽 국적의 외국인 감독 임명이라는 모험을 택한 이유는 한국보다 앞서 프로리그를 시작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 선진화된 훈련과 분석시스템을 지닌 유럽 스타일 배구를 우리 배구에 접목시키고 싶어서였다. 유럽리그에서 지도자생활을 했던 박기원 전 감독이 이미 팀에 씨앗을 뿌린 가운데 조금 더 새로운 방식을 찾았다. 성공 여부를 떠나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 V리그에 새로운 시스템을 알리고 싶었고, 팀 내 젊은 코칭스태프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지도자수업을 시키겠다는 구상도 담겨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이 정한 새 감독의 기준은 확실했다. 경쟁이 심한 유럽리그에서 최소 10년 이상 감독직을 수행한 베테랑을 원했다. “유럽리그에서 10년 이상 지도자생활을 했다면 능력과 성격, 선수들과 관계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협상 실무자는 설명했다.
이 기준에 맞춰 여러 사람을 접촉했다. 몇몇은 관심을 보였고, 몇몇은 조건이 맞지 않았다. 가족과 오래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생활을 부담스러워해 포기한 후보도 있었다. 이렇게 차츰 후보들을 줄여가다 보니 산틸리 감독이 최종적으로 남았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하기까지는 여전히 험로가 남아있었다. 코로나19 탓이었다. 처음 접촉했을 때 호주에 있어 협상과정이 더 복잡했다. 그가 이탈리아로 돌아가 구체적 협상을 진행하기 전까지 현지에서 자가격리 기간이 필요했다. 대한항공 현지 지점을 통해 계약을 완료한 뒤에는 현지 한국대사관에서 한국행에 필요한 취업비자를 받아야 했다.
24일 인천국제공항 도착을 앞두고도 마지막 과정은 또 있었다. 외국인이 국내에 장기체류하려면 반드시 현지에서 진행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는 확인 서류가 필요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산틸리 감독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24일 입국 직후 다시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두 사람을 위해 사전준비를 했다. 폐쇄된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연수원의 한 층에 철저한 방역시설을 갖춰놓고 2주간 지내도록 했다. 산틸리 감독은 “배구를 지도하고 사랑하며 평생을 보냈고, 이탈리아, 독일, 호주국가대표팀과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프로배구팀에서 최고의 경험을 했다. 유럽리그에서의 경험은 많은 메달을 안겨줬지만 지금은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행복이 더 중요하다. 대한항공 점보스와 함께 할 도전이 매우 흥분되고 기대에 차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