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투수는 어떻게 성장하고 육성하는가?

입력 2020-06-1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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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원태인. 스포츠동아DB

삼성 원태인. 스포츠동아DB

요즘 KBO리그에서 가장 반가운 트렌드 중 하나는 젊은 투수들의 등장이다. 한때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뒤를 이를 국가대표 에이스감이 없다”고 한탄했지만 올 들어 여기저기서 기대주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새로운 교육시스템 등 첨단과학을 이용한 육성방법의 효과를 강조했고, 다른 누군가는 원래 좋은 선수들이 공교롭게도 동시에 나타났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야구는 어떤 현상을 하나의 요인으로만 쉽게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여러 요인이 서로 얽혀있는 종목이다. 다만 각 구단이 어떤 방향성을 토대로 육성하는지 살펴보면 그 이유가 보일지도 모른다.

삼성 라이온즈에선 원태인(20), 최채흥(25), 허윤동(19) 등 프로 1~3년차의 성장이 눈부시다. 이들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력투구’다. 정현욱 투수코치의 영향이 크다. 현역시절 우람한 체격으로 씩씩하게 공을 던졌던 정 코치는 젊은 투수들에게도 전력투구를 주문한다. “캐치볼 때부터 전력으로 던져라. 다만 그 때도 공을 받는 선수의 가슴 왼쪽이나 오른쪽을 겨냥해 던져라”고 한다. 허삼영 감독은 “선수들이 캐치볼 때부터 기본에 충실하고, 근력이 발달하는 나이여서 자연스럽게 구속이 좋아지고 있다. 투수는 자기 공을 믿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도망가지 말고 정면대결하고 도전의식을 가져야 성공한다”고 했다. 삼성 젊은 투수들의 지향점이다.

KIA 타이거즈의 모든 투수들은 시원스럽게 공을 던진다. 가장 공격적이다. 역시 서재응 투수코치의 영향이다. 현역시절 ‘컨트롤 아티스트’라고 불렸던 서 코치는 투수들에게 낭비하는 공 없이 빠른 볼카운트에서 승부하라고 당부한다. 그래야 팀과 야수들에게 백해무익한 4구와 수비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투수는 전상현(24)이다. 그는 “생각 없이 빨리 타자와 상대하다보니 성적이 좋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빠른 카운트에서 대결한다. 내 공이 시속 150㎞는 아니어도 자신감을 담아서 던진다”고 했다.

KIA 전상현. 사진제공ㅣ스포츠코리아

KIA 전상현. 사진제공ㅣ스포츠코리아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은 요즘 젊은 투수들의 연구정신과 신문물 이용 노하우에 주목했다.

“젊은 선수들은 우리 때보다 외국의 영상이나 첨단자료를 잘 찾는다. 그만큼 우리보다 더 준비를 많이 한다. 때로는 선수들이 미리 답을 정해놓고 그것을 확인하려고 물어볼 때도 있다. 그래서 선수들과 얘기할 때는 다양한 자료를 보여주고 선수 스스로 납득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처럼 지시만 해서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기대주들이 여럿 등장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리’다. 그런 측면에서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의 배려도 생각해볼 만하다. LG는 6일 고척 키움전에서 4-0의 리드를 불펜이 지키지 못해 4-5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류 감독은 “그 경기를 잡았더라면 이상규(24)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우리 팀에서 10~15년을 써야 할 투수다. 패배는 커가는 과정이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오면 또 등판시켜 스스로 이겨내도록 하겠다. 위축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결국 9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2-2로 팽팽한 연장 10회 또 등판시켰다. 결과는 나빴지만 류 감독은 계속 기회를 줄 참이다.

어떤 유망주라도 누군가가 보살피고, 잘 지도하고, 응원하고, 패배와 승리를 통해 경험을 쌓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이를 통해 무럭무럭 성장해 흔들리지 않는 에이스가 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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