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V리그는 연봉협상과 선수단 정리기간이다. 이미 삼성화재는 김나운과 이승현, 흥국생명은 이유안을 웨이버로 공시했다. 아직 선수단 구성이 완료되기 전이라 다른 팀에 갈 수 있으면 길을 알아보라는 배려 차원의 결정이었다. 몇몇 구단도 베테랑 선수들에게 다른 팀을 찾아보라고 언질을 준 상태다. 그래서 6월은 떠나는 선수들에게는 슬픈 시기다. 아직 V리그와 선수들은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력은 차츰 다가오고 있다.
●요즘 연습경기에서 감독들이 눈여겨보는 것은?
남자부 삼성화재, 우리카드, 한국전력 등은 최근 연습경기를 시작했다. 아직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때이지만, 코로나19로 지난 시즌이 일찍 종료된 까닭에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사령탑을 교체한 삼성화재는 주축선수를 바꾸는 대형 트레이드까지 단행했기에 새로 구성된 선수단의 기량을 파악하고 서로 호흡을 맞춰보는 일이 시급하다. 지난주에는 3차례나 연습경기를 치렀다.
세계적 축구 감독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말했듯 사령탑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관찰’이다. 훈련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실전을 통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위기에서 드러나는 대담성과 배짱, 창의성 등이다. 그래서 좋은 감독은 선수들과 자주 대화하고, 경기를 통해 선수 자신도 모르는 특성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데이터를 많이 가진 감독은 성공한다. 19일 삼성화재와 연습경기 때 많은 것을 수첩에 적었던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7월에 선수단 휴가 전에 각자의 과제를 잘 정리해서 훈련을 다시 시작할 때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이 협력 만드는 ‘랜선 클래식매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22일부터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훈련장에서 1박2일로 합동훈련을 한다. 삼성화재가 방문해 이틀간 2차례의 연습경기를 소화하는 일정이다. 종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V리그의 명문 라이벌 팀들은 비접촉이 일상이 된 시기에 이번 연습경기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화재 출신 감독 4명이 부산에 모여 대성공을 거둔 스페셜 서머 매치가 코로나19 때문에 끊기게 되자, 두 팀이 먼저 랜선 클래식매치를 고안했다.
방송용 고급 화질도 아닐뿐더러 화면각도 또한 다양하지 않겠지만, 배구에 목마른 팬들을 위한 흥미로운 시도다. 새로운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비대면 스페셜 서머 매치도 가능해진다.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은 “제3의 장소에서 두 팀의 합동훈련도 생각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부담스러워 우선 2차례 연습경기를 천안에서 열기로 했다. 최태웅 감독(현대캐피탈)께서 잘 도와주셨다”고 밝혔다.
●‘언택트 시대’가 V리그에 준 숙제
코로나19가 초여름에도 잠잠해지지 않고 감염자 숫자도 아직은 위험 수준이다. 그 바람에 8~9월로 예정된 제천 KOVO컵 역시 걱정스러운 형편이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무관중 경기는 불가피하다. 큰 비용을 부담하는 제천시에서 이를 받아들일지 장담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서 무관중으로 KOVO컵을 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KOVO컵뿐만이 아니다. 새 시즌마저 무관중으로 개막해야 한다면 많은 것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관중이 경기장에 없을 때 V리그는 어떤 방식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인가. V리그가 떠안은 새로운 숙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