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인사이드] 이것만은 확실하다, 허삼영 감독은 물음표를 지워가고 있다

입력 2020-07-0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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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영 감독(가운데)이 삼성을 바꾸고 있다. 삼성 사령탑 부임 직후에는 많은 의문부호가 따랐지만 초보 감독답지 않은 뚝심 있는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왕조를 구축했다가 최근 4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순식간에 추락한 삼성이 ‘허파고’와 함께 달라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이것만은 확실하다.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48)은 2020시즌을 앞두고 붙었던 수많은 물음표를 하나 둘씩 지워가고 있다.

허 감독은 현역 시절 1군에서 4경기(2.1이닝 4자책점)에 등판한 것이 전부였을 정도로 선수 경력이 짧았다. 그러나 은퇴 이후 전력분석의 대가로 이름을 알리며 자신의 확실한 야구 철학을 정립한 지도자다. 지난 4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긴 삼성의 새 사령탑으로 낙점됐을 때만 해도 ‘초보’라는 타이틀과 지도자 경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수많은 의심과 싸워야 했지만, 지금의 팀 성적과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과정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놀라움의 연속이다. 최근에는 팬들 사이에서 ‘허파고(허삼영+알파고)’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가 그 이유를 집중 분석했다.


● 허삼영 사전에 ‘허언’은 없다

스프링캠프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출국일인 1월 30일로 시계를 돌려보자. 허 감독은 당시 “9명의 선발자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요소가 바로 선발진인데, 그 약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대비했다. 지금까지 결과는 대성공이다. 4일까지 삼성의 팀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은 리그 4위(4.02)다. 지난해 총 선발승(37승)의 절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외국인투수 벤 라이블리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지만, 데이비드 뷰캐넌~백정현~원태인~최채흥의 4명이 건재하다. 여기에 대체자로 투입된 허윤동과 김대우의 퍼포먼스를 더하니 ‘선발왕국’ 부럽지 않은 로테이션이 탄생했다. 오승환과 우규민, 최지광을 필두로 한 최강 불펜이 뒷받침돼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팽팽한 상황에서 필승조를 가동해 승리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캠프 때부터 1군과 2군이 아닌, 확실한 보직을 부여하고 준비할 시간을 마련한 덕분에 적응할 시간도 그만큼 빨라졌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허 감독의 마음가짐도 크게 작용했다.

● 이유 없는 움직임은 없다

전력분석팀장으로 선수들을 지원하며 4년 연속 통합우승(2011~2014시즌)의 업적에 일조한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부임 초기에는 데이터 전문가라는 시선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허 감독은 지난해 12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나는 데이터를 아예 무시하지도, 맹신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잘못된 플랜을 수정할 수 있었던 전력분석팀장 시절과 달리 감독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이드라인을 정립했다. 신인 김지찬을 대타로 기용하며 포심패스트볼 콘택트율을 고려한 것은 데이터 전문가의 시선이었다. 7-6으로 승리를 거둔 4일 대구 LG 트윈스전 12회말 2사 만루(6-6 동점)에서 선구안이 뛰어난 김호재를 기용한 것은 오랫동안 관찰하며 습득한 무형의 가치가 한몫했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플랜B와 플랜C를 가동하며 젊은 선수들이 경험치를 쌓은 부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다. 박승규와 박계범, 김호재 등이 김한수 전 감독 체제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면, 허 감독 체제에선 성공체험을 하고 있다.

허 감독은 “80경기를 치른 뒤 장마철이 지나면 체력 싸움이다. 지금부터 선수들을 점검하고 지속성을 봐야 한다. 로테이션이 없으면 힘든 레이스가 된다고 판단했다. 지금도 진행 과정”이라고 밝혔다.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에는 어떤 알고리즘(Algorism)을 선보일까.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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