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차범근과 오쿠데라, 이강인과 구보

입력 2020-07-09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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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사진출처|AFC 홈페이지

차범근이 1970년대 말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을 때 그곳엔 이미 일본선수가 뛰고 있었다. 1952년생으로 차범근보다 한 살 위인 오쿠데라 야스히코다. 그는 유럽 무대를 밟은 최초의 일본선수다. FC쾰른에 입단한 첫 해(1977~1978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경험했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하며 주목을 받았다.

차범근이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낸 이유 중 하나도 오쿠데라였다. 차범근에게 아시아 무대는 좁았다. 오쿠데라가 성공했으면 차범근도 못 할게 없었다. 아니 그 이상도 자신했다. 그는 1978년 12월 말 다름슈타트와 계약했다가 단 한경기만 뛰고 돌아와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건너가 1979~1980시즌 프랑크푸르트와 계약했다. 차붐으로 불리며 첫 해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가 나란히 독일 무대에 섰다는 자체만으로도 화제였다. 양 국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둘은 끊임없이 비교됐다. 차범근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1979년 11월 24일(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 발트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운명처럼 마주했다. 희비가 갈리는 게 승부의 세계다. 결과는 2골을 넣은 차범근의 압승이었다. 팀도 3-0으로 이겼다. 라이벌전은 싱겁게 끝이 났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계속해서 흥미로운 뉴스거리로 등장했다.

차범근은 둘의 관계에 대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는 경쟁자라기보다는 동반자였다. 나도 그렇지만 오쿠데라도 일본축구의 선구자다. 우리는 승부를 떠나 분데스리가에서 뛴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동료애를 느꼈다.” 이렇듯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은 팬들과는 조금 달랐다.

이강인. 사진출처|발렌시아


최근 스페인 무대의 한·일 유망주가 자주 비교되곤 한다. 이강인(발렌시아)과 구보 다케후사(마요르카)다. 2001년생 동갑내기로 같은 키(173㎝)에 둘 다 왼발잡이다. 재능도 타고났다. 이강인은 20세 이하(U-20) 월드컵 골든 볼을 수상하며 위상을 높였다. A매치에도 데뷔했다. 2018년 10월 1군 무대를 밟아 발렌시아 최연소 데뷔 외국인 선수, 한국 역대 최연소 유럽 1군 무대 데뷔 선수가 됐다. 구보도 10대 초반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 16세 때 일본 U-20 대표팀에 뽑혔고, 18세에 A매치를 소화했다. 지난해 여름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마요르카에 임대됐다.

자연스럽게 둘은 비교의 대상이 됐다. 한 쪽이 잘하면 다른 쪽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번 시즌만 놓고 보면 구보가 많은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는 꾸준하게 성장하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반면 이강인은 벤치에 앉은 시간이 더 많았다. 이강인이 부진할 때마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게 구보의 소식이었다.

둘은 선의의 경쟁자다. 아직 어린 이들은 꾸준히 뛰면서 더 많이 성장해야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서로 비교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른다. 한 가지 바람은 둘이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차범근의 말처럼 둘은 경쟁자이면서도 동반자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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