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ERA 꼴찌’ 롯데 샘슨, 4회부터 모든 타자를 국가대표로 만든다

입력 2020-07-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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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샘슨. 스포츠동아DB

평균자책점(ERA) 6.50. 45이닝 이상 던진 투수 42명 가운데 41위이자 외국인 선수 가운데 꼴찌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고 데려왔는데 다섯 명의 선발 중 가장 흐름이 나쁘다. 아드리안 샘슨(29·롯데 자이언츠)을 향한 기대치가 점차 흐릿해진다.

롯데는 15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 3-9로 패했다. 2회말 한동희, 3회말 전준우가 차례로 솔로포를 뽑아낼 때까지만 해도 기세가 좋았지만 샘슨이 4회초 2실점, 5회초 6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야수의 지원이나 벤치의 교체 시점을 탓할 여지조차 없는, 샘슨 개인이 무너진 경기였다.

타선이 한 바퀴 도는 순간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는 기존의 약점을 답습한 경기였다. 이날 전까지 샘슨의 1~3회 피안타율은 0.277, 피OPS(출루율+장타율)는 0.660에 불과했다. 하지만 4~6회에는 피안타율이 0.355, 피OPS가 0.902로 훌쩍 뛴다. 리그 상위권 투수에서 최하위권 투수로 전락하는 셈이다. 7회 이후 마운드에 오른 건 한 차례(6월 9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뿐이라 표본이 적긴 하지만 이땐 피안타율 0.667, 피OPS는 1.881이다.

이날 전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리그 OPS 0.9를 넘기는 타자는 18명에 불과하다. 김현수(LG)가 0.910, 양의지(NC 다이노스)가 0.900, 이대호(롯데)가 0.896이다. 4회 이후 샘슨은 만나는 모든 타자를 쟁쟁한 국가대표급으로 만드는 수준이다.

이날도 3회까지 2안타로 상대 타순을 효과적으로 봉쇄했지만 4~5회에만 홈런 1개 포함 9안타를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그 9개의 안타 중 6개가 변화구(슬라이더 4개, 체인지업 2개)였다. 타자들의 노림수에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샘슨은 기본적으로 속구와 슬라이더를 메인으로 활용하며 간간히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는 유형의 투수다. 슬라이더는 카운트 잡는 용과 헛스윙을 유도하는 용 두 가지로 활용해 레퍼토리의 다양함을 늘린다. 하지만 속구의 힘이 원체 떨어진다. 이날도 최고구속은 146㎞까지 찍혔지만 전반적으로 140㎞대 초반에 형성됐다. 때문에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를 펼칠 수밖에 없고 상대 타자들은 노림수를 갖기 수월하다.

샘슨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15차례 선발등판 포함 35경기 125.1이닝을 소화했다.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를 데려온 건 당연히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 샘슨의 모습은 롯데의 기대치와 전혀 딴판이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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