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이임생 떠나보낸 수원, 내부 정비도 서둘러라!

입력 2020-07-19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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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전 수원 감독 .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 수원 삼성이 이임생 감독(49)과 결별했다. 16일 오후 면담 후 17일 계약종료를 발표했다. 구단은 ‘자진사퇴’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일방적 해고에 가깝다. 이 감독은 2018년 12월 계약기간 2+1년의 조건으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1시즌 반 만에 조기퇴진하게 됐다.

예고된 수순이었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 트로피를 안겼음에도 수원은 이 감독을 신뢰하지 않았다.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뀐 뒤 쪼그라든 구단 살림에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 감독을 달갑게 바라보지 않았다. 축구계에선 올해 시무식 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류가 돌았다고 본다. 어느 순간 양측의 대화는 끊겼고, 구단 내 커뮤니케이션은 특정 코치가 도맡았다.

이탈은 많은데 공백은 채워지지 않았다. 이 감독이 잡아달라고 요청했던 선수는 매번 다른 팀을 향했다. 심지어 코치 영입도 거부됐다. 어느 팀이든 감독에게는 ‘사단’으로 불리는 참모들이 따라붙지만, ‘이임생 사단’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코치를 데려다준 것을 보면 정말 돈이 없어서였던 것은 아닌 듯하다. 그래서 이 감독은 지인들에게 “외롭다”는 말을 참 많이 했다.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한 지도자는 “코치가 감독을 제치고 주요 안건을 놓고 구단과 대화하는 구조가 옳은가? 우수한 선수는 차치하고 코치조차 못 뽑는 게 정상인가? 망가진 팀은 다 이유가 있다”며 혀를 찼다.

마지막까지 뒷말을 남겼다. 최소한의 예의마저 실종됐다. 이 감독의 사표 수리 여부를 고민했다던 수원은 불과 반나절 만인 17일 오전 ‘이임생 감독 사임! 이임생 감독,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후 사임의사 밝혀! 주승진 감독대행체제 가동!’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돌렸다. 특정 문장부호가 너무 많았다.

많은 축구인들이 “느낌표를 참 잘 활용했다. 정말 헤어지고 싶었나보다. ‘우리가 가야 길이 된다’고 외쳐대던 수원이 보도자료로도 새 지평을 열었다”며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으니 작성자나 승인한 책임자나 일반기업에선 모두 징계감”이라며 비웃었다.

점점 빛바랜 과거만 추억하는 팀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현재의 환경과 분위기에선 히딩크 감독도, 그의 할아버지도 성공할 수 없다”는 주변의 뼈아픈 지적을 받아들이고, 현장과 적극 소통하며 내부정비에 나서지 않는 한 수원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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