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삼성 이성곤이 두산 화수분에 받은 자극, 경산행 피자의 이유

입력 2020-07-20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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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성곤. 스포츠동아DB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야구인 2세’라는 타이틀을 떼고도 이성곤(28·삼성 라이온즈)의 야구인생은 드라마틱했다. 경기고~연세대를 거치며 차세대 거포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두산 베어스에 2차 3라운드로 입단했다. 2016년 경찰 야구단에서 퓨처스(2군)리그 95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8, 19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005를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전역 직후인 2017년 두산에서도 2군에서 76경기에 나서 타율 0.322, 15홈런, OPS 1.018로 펄펄 날았다. 아무리 2군이라고 해도 OPS 1을 넘긴다는 것은 당장 1군에서 긁어봐야 할 카드라는 의미다.

●동료의 연락, 이성곤의 동력

남다른 힘과 빠른 배트 스피드로 아무리 두드려도 두산의 두터운 선수층은 깨지지 않았다. 2017시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지만 지난해까지 2년간 22경기 47타석의 기회가 전부였다. 그렇게 이성곤도 수많았던 ‘2군 본즈’ 중 하나로 남는 듯했다.

변화는 올해 만들어졌다. 시즌 시작 단계만 해도 지난해까지의 반복처럼 보였다. 콜업 후 찬스에서 대타로 기용됐지만 조급함이 앞섰고, 결국 다시 2군으로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콜업부터 다라져서 왔다. 6월 24일 타일러 살라디노의 부상으로 1군에 다시 오른 이성곤은 2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데뷔 첫 1군 홈런을 기록했다. 이튿날인 27일에도 홈런 포함 3안타 경기를 펼치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두 번째 콜업일부터 20일까지 이성곤은 21경기에서 타율 0.362, 4홈런, 9타점, OPS 1.008로 가능성을 맘껏 뽐내고 있다.

최근 만난 이성곤에게 변화를 물었다. 심리적, 기술적인 부분에서 몇 가지 차이가 있지만 주위의 반응은 피부로 느껴질 만큼 달라졌다. 이성곤은 “홈런이나 멀티히트 등 활약을 하면 경산(삼성 2군)에서 같이 운동했던 동료들이 연락을 준다. ‘형을 보면서 힘낸다’는 말을 들을 땐 정말 뿌듯하다. 동료가 응원해주는데 싫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이성곤. 스포츠동아DB

●경산으로 향한 피자 30판의 이유

경산 동료들과의 추억을 묻자 이성곤은 두산 2군이 있는 이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지금 두산 주전 선배들 대부분은 2군에서 오랫동안 고생한 뒤 성공한 사례다. 내가 이천에 있을 때도 (김)재환이 형, (박)건우 형이 1군에 올라가 활약하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함께 일본 교육리그도 가는 등 고생한 형들이 성공하는 걸 보고 느낀 게 많다. 오랜 시간 2군에 머물렀지만 그런 사례를 보고 버텼다.”

이성곤은 6월 30일 대구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동료들에게 첫 홈런 기념 턱을 제대로 냈다. 첫 홈런, 첫 승 등 개인에게 의미 있는 기록을 썼을 때 동료들에게 축하턱을 내는 건 익숙한 풍경이다. 이성곤은 1군 동료들과 피자 20판을 나눠 먹었는데 경산으로도 피자 30판을 보냈다. 오히려 더 많은 양이다. 연봉 3500만 원의 이성곤에게는 분명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사자는 “당연하다 2군 선수들과 더 많이 훈련했고 더 많은 땀을 흘렸다. 그걸 무시하고 지나갈 수는 없다. 어떻게든 성의를 표하고 싶었다”며 “내가 2군에서 여러 도움을 받았듯, 나 역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이성곤의 잠재력을 감안한다면 아직 온전히 피어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만개한 이성곤의 모습이 궁금한 이유다.

대구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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