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SK 마운드에 ‘필승조’의 개념은 존재하는가

입력 2020-09-10 06: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키움에 4-13으로 패하며 팀 창단 11연패 타이를 기록한 SK 선수들이 고개를 숙인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필승계투조 실종사건!’

올 시즌 SK 와이번스의 마운드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4-13으로 참패한 9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SK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5.89로 압도적인 최하위(10위)다. 이 부문 선두인 LG 트윈스(4.46)와 차이가 만만치 않다.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타선이 지난해만큼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다 마운드까지 무너지니 팀 성적의 붕괴는 당연지사다. 승률 0.311(32승1무71패)의 처참한 성적을 찍고도 최하위가 아닌 9위라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마운드의 붕괴가 성적 하락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의 행보다. 가장 큰 문제는 ‘필승계투조’라는 개념이 사라진 점이다. 과거 두산 베어스의 ‘KILL(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 라인’과 삼성 라이온즈의 ‘안정권(안지만~정현욱~권혁) 트리오’만큼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긴 쉽지 않지만, 이길 때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가 확실치 않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수 없다.

불펜으로 2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들 중 박민호(ERA 2.06), 김정빈(4.28), 서진용(4.97)을 제외하면 ERA 5점대 미만의 투수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61경기에서 5승3패36세이브3홀드, ERA 1.98을 기록한 하재훈이 올 시즌 15경기에서 1승1패4세이브, ERA 7.62의 초라한 성적만 남기고 이탈했다는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붕괴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10-2로 앞서다가 15-16으로 뒤집힌 8일 인천 키움전에서 15-11이던 8회초 김세현과 서진용을 투입했다가 역전을 허용한 것이 SK 마운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팀 불펜 ERA도 6.20으로 형편없는데, 리그 최다 221개의 볼넷을 허용한 탓에 정면승부조차 요원한 상황이다.

접전 상황에서 누구를 써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박경완 SK 감독대행은 “김태훈과 서진용, 박민호”를 승리조로 분류했으나, 김태훈은 14경기에서 ERA가 10.14에 달할 정도로 불안하다. 박민호는 SK 계투진 중 가장 안정적이지만, 리그에서 가장 많은 37명의 주자를 물려받고 등판했을 정도로 편안한 상황의 등판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선발투수의 평균 소화이닝도 5이닝을 가까스로 넘긴 수준(5.07)이다.

9일 인천 키움전에선 투수 파트의 불명예를 모두 뒤집어썼다. 선발투수 백승건이 1이닝만에 6볼넷을 허용하는 등 키움 타선을 상대로 KBO리그 역대 2번째 선발전원 볼넷을 허용(종전 LG·2008년 5월 29일 잠실 두산전)했다. 8회에는 양선률이 박준태를 상대로 이날 팀의 15번째 볼넷을 허용하며 KBO리그 역대 한 경기 팀 최다 볼넷 허용(종전 14개) 기록마저 경신했다. 종전 기록인 2008년 9월 3일 한화-두산전에서 한화가 헌납한 14개의 볼넷은 18이닝을 치르며 나온 기록이니 현재 SK의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보면 된다. 그야말로 답이 없다.

인천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