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스타] “이런 경기도 있다” 기묘했던 하루, 주인공은 김재환이었다

입력 2020-09-24 2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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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1, 3루 두산 김재환이 1타점 중전 적시타를 쳐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24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두산 베어스전은 그야말로 기묘한 경기였다. 1-0 승리를 거둔 두산이 뽑은 안타는 단 한 개였다. 그것도 8회 2사 후에야 나왔다. 그 주인공은 4번타자 김재환이었다.

역대 최소안타 승리 타이기록이다. 앞서 1983년 6월 26일 롯데 자이언츠(대전 OB 베어스전), 2004년 7월 25일과 2007년 4월 17일 SK 와이번스가 잇달아 문학 KIA 타이거즈전에서 단 1안타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8회초까지는 삼성의 분위기였다. 0-0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진 가운데, 두산 타선은 삼성 선발투수 벤 라이블리가 마운드를 지킨 7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한 채 2볼넷 1사구(5삼진)에 실책 3개로 출루한 것이 전부였다. 라이블리가 7회까지 108구를 던진 탓에 8회부터 계투진을 끌어낼 수 있었지만, 자칫하면 노히트노런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두산 투수진은 어떻게든 버텼다. 선발투수 최원준은 6이닝 동안(103구) 4안타 2볼넷 5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이어 등판한 이승진도 2이닝을 2안타 무4사구 3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8회초 유격수 김재호의 실책이 발단이 돼 1사 1·3루 위기에 봉착했지만, 3루수 허경민이 삼성 김동엽의 강한 땅볼 타구를 낚아채 병살타로 연결하면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곧바로 기회가 찾아왔다. 8회말 선두타자 박세혁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박건우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어떻게든 1점을 뽑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정수빈이 2루수 땅볼로 2루 주자를 3루에 보냈고, 최주환도 볼넷으로 출루했다. 2사 1·3루서 타석에 들어선 김재환이 해결해야만 했다. 삼성은 김윤수 대신 좌완 사이드암 임현준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10경기에서 타율 0.231(39타수 9안타)로 부진했던 김재환 입장에선 분명 공략하기 까다로운 유형의 투수였다.

김재환은 임현준의 2구째를 공략해 중전적시타를 터트렸다. 영의 균형을 깬 소중한 한방이자, 팀의 첫 안타는 2연패를 끊은 결승타가 됐다. 평소 감정표현이 적은 김재환도 이때만큼은 활짝 웃으며 세리머니를 했다. 안타 수에서 1대7로 크게 밀렸지만, 결정적 한방을 때려낸 쪽은 두산이었다.

7회부터 3이닝 무실점을 합작한 이승진과 이영하(1이닝 1안타)도 잊지 못할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이승진의 승리와 이영하의 세이브는 모두 데뷔 후 처음이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승리에 기뻐하면서도 “이런 경기도 다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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