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V리그 준비현장을 가다] 하이브리드와 11월에 타는 적금, 현대캐피탈의 새로운 배구는 항상 진행 중!

입력 2020-10-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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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시즌 V리그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남녀부 13개 팀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수많은 관중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던 일상으로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각 팀은 비시즌 동안 과감한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새 시즌의 기대감을 높였다.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땀으로 젖은 각 팀의 훈련장을 돌아봤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말이 있다. 현대캐피탈은 전광인과 문성민 없이 새 시즌을 치러야 한다. 어지간한 팀이라면 주축 공격수 2명의 부재는 팀 성적의 하락으로 이어지겠지만, “우리 팀은 한 명으로 배구하지 않는다”는 세터 황동일의 말처럼 변화된 환경에서도 봄배구 진출을 꿈꾼다. 지난 시즌은 개막 2번째 경기 만에 외국인선수 요스바니가 왼 발목 골절을 당하는 불운이 겹쳐 3위로 마쳤다. 힘들여 다우디를 영입하고 추격에 나섰지만, 봄배구에서의 역전극은 코로나19 탓에 시작도 못했다. 그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사령탑 6년차의 최태웅 감독은 변화를 택했다. 9월 2일 삼성화재와 트레이드로 2018~2019시즌 우승 세터였던 이승원을 떠나보내고 김형진을 데려왔다. 시즌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주전 세터를 바꾸는 대단한 도박이다.

최태웅 감독이 우승 세터 교체로 얻고자 했던 것은?

두 시즌 전 우승하던 날 “(이)승원이가 마음고생을 했던 것이 미안하고 생각나서 울었다”던 최 감독이 이런 결정을 내렸을 때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음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황동일까지 포함해 공격라인에 삼성화재 세터들을 이식했다. 이 ‘하이브리드’로 최 감독은 화려한 현대캐피탈의 배구를 한층 정돈된 모양으로 바꾸는 한편 힘들어하던 이승원에게는 새로운 환경에서 더 좋은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앞서가다가 연결의 범실과 리시브 미스가 겹치면서 추격을 많이 허용했다. 리드했을 때 먼저 범실하지 않고 꾸준히 경기를 이끄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주전 세터 김형진의 역할을 설명했다. 연습경기에선 기대만큼의 역할을 해줬다. 김형진은 “팀을 옮기면서 걱정도 많았지만 지금은 편해졌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도록 감독님이 도와주신다. 백패스 자세를 교정 중인데, 감독님께서 ‘함께 상의하면서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셨다”고 털어놓았다. 최 감독은 “대학 때 잘했던 장점을 더 키워주려고 한다. 예전에는 경직된 느낌이 있었지만 자신감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수비능력도 좋다”고 칭찬했다.

변수는 라이트 다우디와 호흡이다. 레프트에게 쏴주는 앞쪽 연결에는 장점이 많지만, 아직 라이트 쪽의 연결은 미지수다. 그래서 최 감독도 “외국인선수 싸움에서 다우디가 더 올라와야 한다”고 자평했다. 레프트의 전광인과 문성민이 빠진 만큼 라이트에서 득점과 공격 효율이 더 높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다우디가 얼마나 책임져줄지가 궁금하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다우디는 코로나19 탓에 고국에서 예정됐던 결혼식이 취소됐다. 사랑하는 예비신부도 만나지 못한 채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오랜 객지생활에 지쳐 혹시라도 향수병에 걸리지 않을까 주위에서 많이 걱정하고 배려해줬지만, 그의 속 타는 마음은 누구도 헤아리기 어렵다.


11월에 타는 허수봉 적금

레프트는 박주형과 이시우가 맡는다. 박주형의 파트너 자리를 놓고 송준호와 내부경쟁에서 이긴 이시우가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두 사람의 리시브를 최고의 리베로 여오현이 도와주겠지만, 구단은 신인드래프트에서 보강을 원한다. 전광인이 잘해줬던 자질구레한 연결과 후위에서 수비 등 설거지 역할은 여오현, 박주형과 센터 신영석이 나눠야 한다.

현대캐피탈은 11월 22일부터 사용 가능한 적금이 있다. 국군체육부대에서 허수봉이 복귀한다. 현 소속팀에서 주로 라이트로 활동 중인 허수봉은 공격능력만큼은 기대해도 된다. 현대캐피탈에 최고의 그림은 허수봉이 복귀해 레프트 한 자리를 안정적으로 책임지는 것이지만, 리시브가 어떨지는 누구도 모른다. 최 감독은 “만일 다우디가 안 되면 허수봉을 라이트나 센터로도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새 시즌 팀 성적의 키를 쥔 역할이다.

당초 허수봉과 함께 센터 김재휘도 군 제대 후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바뀌었다. 현대캐피탈은 5일 김재휘를 내주고 KB손해보험의 2020~2021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양도받는 형식의 1대1 트레이드를 실시했다. 이번 트레이드는 센터 강화가 필요한 KB손보와 1라운드 신인선수 지명권을 통해 팀 전력 보강을 원하는 현대캐피탈의 뜻이 맞아 떨어졌다. 최태웅 감독은 “선수단의 전력보강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변화를 줘야한다”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대캐피탈만의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픈 손가락 문성민과 플로터 서브

최 감독은 배구의 첫 출발인 서브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플로터 서브의 스피드를 높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훈련 때마다 스피드건과 훈련장에 새로 설치한 대형 LED 전광판을 이용해 많은 부분을 점검 중이다. 현재는 대부분이 시속 50~60㎞대의 스피드를 기록하지만, 65㎞를 넘어가면 야구의 너클볼처럼 리시브하기 어려운 마구가 된다.

최 감독의 아픈 손가락 문성민은 이제 볼 훈련을 시작했다. 왼쪽 무릎십자인대 수술 이후 재활을 거쳐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최 감독은 “아파도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선수다. 이번에는 본인이 원하더라도 몸 상태를 보면서 더 여유 있게 준비시키려고 한다. 2월 이후 출전시키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성민이 코트에 있을 때와 아닐 때 현대캐피탈은 큰 차이가 났다.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었다. 그래서 문성민은 꼭 필요하다.

물론 지금의 현대캐피탈은 특정선수 한두 명이 아닌 모든 이들의 땀과 수많은 지원스태프의 헌신, 더 좋은 승리방법을 찾아내려는 코치들의 열정, V리그에서 가장 앞서가는 투자가 만든 팀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쉽게 흔들리지도 않는다. 다만 봄배구까지 가는 과정에서 어떤 스토리가 튀어나올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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