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식 개선. 이강철 KT 감독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2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KT를 만들었다. 사진제공|KT 위즈
2018년까지의 KT 위즈가 그랬다. 2015년 야심 차게 KBO리그 1군 무대에 발을 내딛었지만 승보다 패가 훨씬 많은 시즌이 4년째 이어졌다. 그 기간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은 9위. 그나마도 4년 연속 최하위 수모를 시즌 최종전에서 간신히 피해 만든 결과였다.
2019시즌에 앞서 KT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의 최우선 목표도 패배의식 개선이었다. 이 감독은 취임식에서 “가을야구에 가는 것이 목표다. 다만 무작정 가을야구에 가겠다는 건 아니다. 젊은 팀이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의 성취감도 느껴야 한다. 승리에 대한 자신감도 중요하다. 목표를 높게 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기는 맛에 익숙해지자는 주문이 취임사 첫 머리에 나왔으니, 이 감독이 이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
4년의 아픔이 하루아침에 씻길 리 없었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을 2승10패로 시작했다. 100패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자 이 감독도 쫓겼다. 하지만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스프링캠프 때 짜둔 계획이 어긋나자 곧바로 변화를 줬다. 이 감독은 “자존심을 부리다 성적이 떨어진다? 그럼 내 자존심이 더 떨어진다”는 말로 유연함을 드러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주권, 정성곤 등에게 확고한 자리를 보장했고, 경험이 적은 김민혁에게 기회를 선언했다. 젊은 선수들이 쫓기지 않자 성적이 나기 시작했다. 여름 구단 최다인 9연승을 질주하는 등 점차 이기는 게 익숙해졌다. 시즌 막판 뒷심이 부족해 가을 문턱에서 내려앉았지만 결국 창단 첫 5할 승률은 달성해냈다.
승리가 익숙해진 KT 선수들은 올해 더욱 강해졌다. ‘클로저’ 이대은이 흔들리자 주권을 축으로 1.5~2군 불펜들을 적극 기용했다. 상대를 압도할 기량이 아니더라도 상대 유형의 상성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역할을 맡기면 된다는 철학이었다. 지난해 ‘강철 불펜’의 시작을 알렸다면 올해도 기존 주권, 김재윤 등에 조현우, 이보근, 유원상 등 양적 자원까지 늘렸다. 야수진에서 지난해 김민혁에 이어 올해 배정대에게 시즌 초부터 기회를 보장했고, 리그 최고 수준의 외야진 구축에 성공했다.
이제 상대 팀 선수들은 물론 감독들에게서도 “KT가 무섭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만년 꼴찌 이미지는 지워진지 오래다. 이 감독도 가을야구를 확정한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직후 “이제 평균 이상의 팀이 된 것 같다. 패배의식은 없다. 긴 연패도 시즌 초 한 번 이후 없었다. 선수들이 넘어선 것 같다”고 했다. ‘강철 매직’은 지금 지속 가능한 KT의 초석을 닦았다. 더디게 가는 시간 속, 이 감독이 채워갈 이야기는 잔뜩 쌓여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