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케이타. 사진제공|KOVO
7월 2일 가장 먼저 입국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한 구단이 이중계약이라고 우기는 바람에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발급되지 않을까봐 애 태웠던 때도 있었다. 에이전트의 노력 덕분에 큰 문제가 생기진 않았지만, 한국 땅을 밟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V리그에서 첫 번째 사례였다.
케이타 때문에 많은 V리그 구단들은 외국인선수 입국 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지 배웠다. 무증상 감염의 케이타는 2개월 이상 팀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KOVO컵에도 출전할 수 없었다. 구단은 속이 탔다. 바이러스 수치가 기대만큼 빨리 떨어지지 않았다. 대체 외국인선수 선발까지 고려했다. 다행히 KOVO컵 개막 즈음 정상으로 돌아왔다.
많은 팀은 케이타의 진짜 실력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현대캐피탈과의 첫 연습경기 출전 때는 취재진과 타 구단 프런트들은 물론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까지 모였다. 첫 경기 후 “점프는 대단하지만 가다듬어야 할 것은 많겠다”고 입을 모았다.
공교롭게도 KB손해보험은 시즌 출발이 가장 늦었다. 개막 후 6일이 지난 23일 장충체육관에서 지난 시즌 1위 우리카드를 상대로 첫 경기를 치렀다. 만만치 않은 높이와 블로킹, 수비조직력을 갖춘 우리카드와 맞서 케이타는 인상적인 데뷔전을 펼쳤다. 40득점, 공격성공률 54%에 3블로킹, 2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트리플 크라운에 근접했다. 공격점유율은 무려 58%였다.
KB손해보험 케이타. 사진제공|KOVO
예상대로 KB손해보험은 케이타에게 화력을 집중시키는 전략으로 나섰는데, 우리카드는 알고도 막지 못했다. 1세트는 첫 경기의 부담 때문인 듯 3차례의 공격범실과 2번의 블로킹 차단이 나왔지만 점점 좋아졌다. 여유를 찾은 3·4세트에는 우리카드의 블로킹을 쉽게 무너뜨리며 마음껏 공격을 했다. 타점은 높았다. 파괴력은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어떤 공이든지 비정상적 스텝으로도 뛰어올라 때리는 변칙적 공격까지 눈에 띄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코트에서 행동이었다. 딱 19세 청소년의 행동이었다. 흥을 주체하지 못해 경기 도중 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다양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우리카드 입장에선 화가 날 만도 했지만, 매너는 지켰다. KB손해보험은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라 숙소에서도 혼자 춤을 추고 논다”며 댄스 영상도 보여줬다. 구단은 그의 댄스 세리머니를 관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새 시즌 의정부체육관에선 케이타가 리드하고 관중이 따라하는 멋진 댄스 세리머니가 히트할지도 모른다.
이 감독은 “아직은 나도 진짜 실력을 모르겠다. 어떤 때는 우승도 가능해보이고, 어떤 때는 전혀 아닌 것 같지만, 하여튼 저 나이 때는 마음껏 뛰놀게 해야 더 잘할 것으로 본다. 잘할 확률은 19%”라고 했지만 경기 후 “실전용 선수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뻐했다. 공중전의 약점으로 9시즌 동안 ‘봄배구’와 멀어졌던 KB손해보험은 이제 케이타를 앞세워 꿈을 품기 시작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