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는 진흙탕 싸움? 롤러코스터?

입력 2020-11-0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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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벌어진 V리그 여자부 2경기는 상징적이었다. 모든 감독이 우승 후보로 지목한 흥국생명이 10월 31일 도로공사전에서 2세트까지 일방적으로 밀렸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선수들에게 “점수 좀 봐라. 자존심도 안 상하니”라고 자극을 준 뒤 반전에 성공해 역전승을 거뒀지만 마지막까지 승패의 향방은 오리무중이었다. 1일 GS칼텍스-KGC인삼공사전도 마찬가지였다. KOVO컵 결승에서 흥국생명을 3-0으로 완파하고 우승한 GS칼텍스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인삼공사는 개막 3연패에서 벗어나며 승점 3을 따낸 반면 GS칼텍스는 벌써 3패째를 당했다.



최근의 흐름을 놓고 이숙자 KBS 해설위원은 “모든 팀의 전력이 비슷해 누가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당일 컨디션과 준비상황에 따라 언제든 승패는 뒤바뀔 수 있다”고 평가했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완전 진흙탕 싸움이다. 프로팀 감독이면 나름대로 전문가인데, 나조차도 승패를 모를 정도면 일반 팬은 오죽하겠나”라고 말했다. 2일까지 흥국생명을 제외한 5개 팀은 모두 승과 패를 안고 있다. 남자부에선 OK금융그룹과 KB손해보험이 전승이고, 한국전력만 승리가 없다. 여자부의 승패 예상이 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올 시즌 여자부 경기의 특징은 연속득점이 많다는 것이다. 5~6점을 앞서도 쉽게 뒤집어진다. 10월 21일 흥국생명은 먼저 2세트를 따내고 3세트에서도 23-17로 리드했지만, GS칼텍스에 추격당해 세트를 내줬다. 현대건설도 10월 30일 IBK기업은행전에서 3세트를 7-2로 앞섰지만 듀스 끝에 역전을 허용하며 세트를 내줬고, 결국 경기마저 패했다. GS칼텍스도 1일 KGC인삼공사에 1세트 19-13으로 크게 앞섰지만, 듀스 끝에 역전 당한 뒤 경기마저 잃었다.



박미희 감독은 이 같은 롤러코스터 경기의 이유로 향상된 외국인선수의 공격력을 들었다. “트라이아웃으로 뽑은 외국인선수들 중 이번이 가장 실력이 두루 좋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상대의 공격을 반격해서 바로 득점하는 경우가 늘었다. 남자배구와 비슷하다”며 “우리 팀도 연속실점이 많아서 지금 원인을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배구의 특성상 팀의 공격력이 가장 약하거나 공격 옵션이 제한된 곳이 팀마다 있다. 이때 그 자리를 빨리 돌리지 못하면 연속실점의 가능성이 크다. 특히 리시브가 약한 팀은 센터를 이용한 속공 옵션이 사라지면서 특정 공격수에게만 공을 올려 줘야하는 뻔한 상황이 생기는데, 상대의 블로킹을 뚫지 못하면 연속실점을 쉽게 당하는 것이다.



11시즌 만에 V리그에 돌아온 흥국생명 김연경은 리그 수준의 변화를 언급했다. “쉬운 경기가 없고, 수준도 많이 올라갔다. 어느 팀도 100%를 하지 않으면 진다. 모든 경기에서 100%를 쏟아내는 것이 힘든데,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주위 상황과 점수, 분위기에 더 영향을 받는 여자 선수들의 심리 특성상 경기가 더 요동을 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팬들의 입장에선 여자배구를 보는 즐거움이 더 커졌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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