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누가 비인기팀이래! KT 첫 가을, 고척 1루는 충분히 뜨거웠다

입력 2020-11-10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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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KT 팬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T 위즈의 첫 4년은 어두웠다. 만년 하위권의 성적만큼이나 비인기 팀이라는 꼬리표가 아픈 상처로 다가왔다. 경기도의 두터운 인구를 팬덤으로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성적만큼이나 마케팅에 투자해 팬심을 사로잡고자 노력했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 KT가 맞이한 첫 가을은 뜨거운 팬들의 열정과 함께였다. ‘만년 꼴찌’와 ‘비인기 팀’의 꼬리표를 동시에 뗐으니 더욱 의미 있는 성과였다.

KT는 9일 고척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2-3으로 분패했다. 비록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1루 관중석을 채운 KT 팬들은 ‘가을 DNA’ 가득한 두산 상대로 선전한 선수단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고척에는 KT와 두산 합쳐 8200명의 팬이 찾아왔다. 예매 시작 직후 매진됐던 1차전 티켓은 취소표가 점차 나왔다. 하지만 개시를 앞둔 오후 5시15분 경 최종 매진을 알렸다. 1차전에서 만난 KT 팬 신철호(44) 씨는 “예매 오픈 직후부터 줄곧 스마트폰만 손에 쥔 채 예매를 시도했는데 계속 실패했다. 간신히 양도를 받았다”며 “확실히 KT 팬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시청률도 높았다. KBO에 따르면 1차전 시청률은 5.70%로 올 가을 두 번째로 높았다. 1위는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의 5.85%이며, 두산과 LG의 준PO 시청률보다 PO 시청률이 좀 더 높았다. 물론 두산과 KT 팬이 아닌 이들도 포함된 결과이지만, KT의 야구가 더 이상 관심 밖이 아니라는 증거로는 충분하다.

이날 KT 팬들은 1루 측 응원석은 물론 4층 관중석과 외야석 곳곳을 채웠다. 입장객의 정확한 팬심 추적은 어렵지만, 크게 밀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2015년부터 KT를 응원했던 이범기(26) 씨는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2위를 확정할 때 울 뻔했다. 비록 아들은 없지만, 잘 큰 아들이 효도하는 느낌이었다”며 “지금처럼 야구와 팬 서비스 모두 잘해주는 KT 선수단으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역시 원년 팬인 안문영(28) 씨는 “평균 열 번 정도는 수원KT위즈파크에 직관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정 팀 팬이 수원KT위즈파크 1루 응원석에 앉는 등 팬덤에서 밀렸다. 하지만 PO 1차전 티켓팅이 정말 어려웠다. 수원 팬들이 오기 어려운 고척임에도 1루 관중석이 채워졌다는 건 KT 팬이 더 이상 ‘한줌단’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뿌듯해했다. 이어 “KT가 패한 다음날 출근하면 주위에서 ‘KT가 졌구나’를 걸 알 정도로 우울해진다. 이렇게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는 걸 선수들이 잊지 말고 1구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주일 KT 응원단장은 “두산은 ‘최강 10번타자’로 불리는 등 팬들의 열기가 뜨거운 구단이다. 하지만 1차전에서 KT 팬들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질서정연하고 일사불란한 응원에 뭉클했다”며 “2차전에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열성적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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