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족해서” 선수 탓 하지 않는 고희진 감독의 성장통

입력 2020-12-10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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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고희진 감독.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는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최하위(7위)다. 13경기를 치르며 2승(11패·승점 11)만을 따냈고, 9일 인천 대한항공전까지 포함해 6연패에 허덕이고 있다.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7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을 제패했던 팀의 화려한 발자취와는 분명 어울리지 않는다.

팀 공격성공률(49.3%), 블로킹(세트당 2.091), 리시브(정확도 36.3%) 5위, 서브(세트당 0.927) 6위, 수비 7위(세트당 15.218) 등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 모습이다. 새로 합류한 세터 이승원과 공격수들의 호흡도 완벽하게 이뤄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올 시즌을 앞두고 취임한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원칙만은 확실하다. 절대로 선수 탓을 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개편한 상황에서 승리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외국인선수 바토즈 크라이첵(등록명 바르텍)의 경기력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바르텍을 도움이 되는 선수로 만드는 것이 내 숙제”라며 ‘내 탓이오’를 외쳤다.

고 감독은 선수시절 넘치는 에너지를 코트에서 마음껏 발산했다. 유니폼 대신 정장으로 갈아입은 뒤에도 좀처럼 가만히 있질 못한다. 선수들과 끊임없이 호흡하며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혹여 실점 후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을까봐 박수를 보내는 일도 고 감독의 몫이다. 코트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면 경기력에 대해선 선수에게 따로 질책하지 않는다.

특히 경기당 10.7득점, 공격성공률 54.98%를 기록하며 팀의 희망으로 떠오른 2년차 신장호(24)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고 감독은 “신장호는 경험이 부족하다. 이제 2년차 선수”라며 “그런 선수가 경기당 10점 이상 해주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느낀다. 가성비가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무엇보다 선수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바랐다. 진심이 느껴졌다. 고 감독은 “아쉬운 점이 많아도 감독이 부족해서 그렇다. 노력하겠다”며 “계속 지고 있어서 내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믿고 기다려주시면 훈련을 통해 극복해보겠다. 우리 선수들은 진짜 잘하고 있다”고 기 살리기에 더 초점을 맞췄다.

선수들도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1승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 감독의 진심을 알기에 그만큼 승리가 간절하다. 고 감독이 기대하는 ‘함께 뛰는 배구’의 긍정적 신호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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