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종훈(왼쪽)-문승원. 스포츠동아DB
그런 와중에도 희망은 있었다. 팀의 자랑인 박종훈(30)과 문승원(31)이 제 몫을 해냈다는 점이다. 박종훈은 29경기에서 13승11패, ERA 4.81을 기록했고, 문승원은 25경기에서 6승(8패)만을 거뒀지만 13차례의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작성하며 국내투수 ERA 2위(3.65)에 올랐다. 올 시즌 팀 선발승이 33승(67패)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이들 2명의 비중은 실로 엄청났다. 나란히 2021시즌 연봉 3억 원을 돌파한 것도 올해의 활약을 인정받은 결과다.
박종훈은 정통 언더핸드 투수로 SK가 오랫동안 공들여 선발자원으로 키운 인물이다. 2017년(12승)부터 올해까지 4시즌 중 3차례나 단일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가치를 입증했다. 워낙 성실한 데다 승부욕도 강하다. 2017시즌부터 꾸준히 발전 중인 문승원은 2020시즌 막판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고 빠르게 2021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리그 최저 수준의 9이닝당 득점지원(4.26점)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책임감을 보여줬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한층 날카로워져 선발진의 상수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SK는 2020시즌의 아픔을 만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원형 신임 감독을 선임하고, 프리에이전트(FA) 최주환을 영입해 타선을 강화했다. 새 외국인투수 윌머 폰트와 아티 르위키, 기존 외국인타자 제이미 로맥과 계약해 일찌감치 외국인선수 구성도 마쳤다. 온전히 2021시즌을 위한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다.
KBO리그에서 선발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새 시즌을 전망할 때 선발진이 강한 팀을 상위권 후보로 올려놓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국내 선발진이 강한 팀은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30대 초반인 박종훈과 문승원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시기다. 이들이 중심을 잡아주면 외국인투수들의 활약 여하에 따라선 ‘선발왕국’ 구축을 기대해볼 수 있다. 김 감독도 앞으로의 과제 중 하나로 “5선발 로테이션을 확실히 정립해야 할 것 같다”고 꼽았다. 박종훈과 문승원은 그 중심축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