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문성민(왼쪽)-여오현. 스포츠동아DB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의 현대캐피탈이 그런 듯했다. 시즌 초반 주축선수들을 대거 트레이드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4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강팀이지만 과감했다. 첫 17경기에서 4승13패에 그쳤으나 최태웅 감독의 뚝심은 그대로였다.
최근 반전이 일어났다. 현대캐피탈은 20일 우리카드전까지 최근 6경기에서 5승1패의 상승세다. 20일 경기의 방점은 베테랑이 찍었다. 1·2세트를 내리 내주며 패색이 짙은 가운데 문성민(35)과 여오현 플레잉코치(43)가 나란히 코트를 밟았다. 이들의 투입이 주는 메시지와 효과는 분명했고, 현대캐피탈은 3-2 대역전승을 일궜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이들은) 역시 현대캐피탈의 기둥이다. 기회가 되면 계속 기용할 생각이다. 어린 선수들이 선배를 보면서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국내 최정상을 찍었던 베테랑들은 결코 그 자리에 그냥 올라온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했다. 20일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너희가 왕관을 쓴 것 같냐”고 따끔히 질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감독은 “베테랑들은 그만큼 노력해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선배들이 일궜던 명문 팀으로서의 전통과 힘을 후배들이 배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성민 역시 “체력은 떨어졌지만 배구를 할 몸 상태는 된다”며 “젊은 선수들이 주전으로 나오던 초반에는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똘똘 뭉친 것 같다. 훈련 이후에도 본인들이 스스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칭찬했다. 여 코치도 “흔들리던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며 자신감을 찾았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순위는 여전히 6위지만 이제 중위권과 승점 차이가 크지 않다. 특히 현대캐피탈을 상대하는 팀들이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현대캐피탈만의 리빌딩은 열매를 향해 가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