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주권. 사진제공|KT 위즈
연봉조정 신청 직후에도, 그리고 승리한 직후에도 주권(26·KT 위즈)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승패가 아닌 실망의 목소리 대신 격려를 보낸 팬들의 응원에 감사를 전했다.
KBO는 25일 주권의 2021년 연봉 조정위원회를 열었다. 구단이 제시한 2억2000만 원과 선수 측이 요구한 2억5000만 원 사이의 입장을 결정해야 했다. 4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KBO는 주권 측의 손을 들었다. 연봉조정위원회가 열린 건 2011년 이대호 이후 10년만이다. 선수가 승리한 건 2002년 류지현(현 LG 트윈스 감독) 이후 무려 19년만이다.
이날 조정위원회에는 KT 프런트와 주권, 그리고 그의 에이전트인 MVP스포츠 강우준 대표가 참석했다. 조정위원회에서 얼굴을 붉힐 이유는 없었다. 선수 측이 먼저 자신들의 연봉 산정 근거를 설명한 뒤 퇴실하고, 이어 구단이 입장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됐다. 강우준 대표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구단도 이 과정까지 깔끔하게 진행해주셨다. 또한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KBO에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주권은 발표 직후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리그 규약상 선수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 승패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이숭용 단장님 이하 프런트가 이를 존중해주신 데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연봉조정을 신청하기까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KT 구단 측에서는 “선수의 권리를 행사하는 걸 막을 이유가 없다”고 지지했으며, 선후배 동료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연봉조정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가장 미지수였던 건 팬들의 반응이다. 주권도 신청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다른 무엇보다 팬들께서 내게 실망하실까봐 그게 가장 걱정된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하지만 KT 팬들은 신청 사실이 알려진 뒤 과정과 결과를 떠나 주권의 용기에 격려를 보냈다. 주권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주권은 “승패를 떠나 지지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는 진심을 전했다.
목표는 KBO리그 역대 2호로 3년 연속 20홀드 이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주권은 “연봉조정과 관련된 사안은 에이전트에 일임하고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올 시즌 준비는 순조롭게 되고 있다. 올해도 앞선 2년처럼 불펜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주권의 연봉조정 신청 사실이 알려진 뒤 타 구단 선수들도 그의 용기에 박수를 전했다. 주권은 “연봉조정협상이 워낙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슈가 된 것 같다. 선수의 권리니까 부담을 갖지 않고 신청하는 사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끝으로 통화를 마쳤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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