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 포인트가드 서명진(21·188㎝)은 올 시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평균 27분19초를 뛰면서 9.0점·2.5리바운드·4.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식스맨 역할을 한 지난 시즌(평균 5.1점·1.1리바운드·1.9어시스트)과 비교해 괄목상대한 수준이다.
올 시즌을 치르는 중에도 성장하고 있다. 초반에는 플레이에 여유가 없어 조급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바람에 현대모비스의 약점으로 꼽혔지만,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9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경험을 쌓으면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58)으로선 어린 나이에도 착실하게 성장해나가는 서명진이 기특하기만 하다.
유 감독은 과거 양동근(40·은퇴), 이대성(31·고양 오리온) 등을 공·수 겸장의 가드로 키워냈다. 메인 볼핸들러 역할을 부여하면서도 상대 에이스 수비까지 맡겼다. 그러나 서명진에게는 다르다. 유 감독은 서명진의 수비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장신 포워드 최진수(32·203㎝)에게 상대 주축 가드 수비를 맡기고 있다. 팀 사정상 지금 당장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명진이 공수 겸장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유 감독은 이에 대해 “(서)명진이가 요령이 부족할 뿐 수비를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10개 구단 가드들과 비교했을 때 충분히 상위권에 들 만한 수비력이다. 다만 우리 팀 포인트가드가 2명(서명진·이현민)뿐이어서 체력부담이 있다. 수비에서 쏟는 에너지를 줄여주기 위한 방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동근, 이대성은 체력이 좋았다. 공격, 수비를 다 맡겨도 충분했다”며 “오리온과 경기(24일) 때 강을준 감독이 4쿼터에 (이)대성이를 빼려고 하니까 더 뛸 수 있다고 빼지 말라며 손짓을 하더라. 최진수가 그렇게 붙어 다니면서 수비하는데도 4쿼터에 에너지가 있던 것이다. 아직 명진이는 그 정도 체력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유 감독은 “명진이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착실하게 노력하고 있고, 경기를 하면서도 기량이 늘고 있다. 지금의 성실함을 잃지 않고 좋은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