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스포츠동아DB
수비 시프트 자체가 매우 이색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보편화됐다. KBO리그에서도 대다수 팀들이 수비 시프트를 활용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가 수비 시프트를 즐겨 쓰는 대표적 사례였다. 최근 들어선 누상에 주자가 있어도 수비 시프트를 가동하는 팀들이 적지 않다. 이에 각 팀 사령탑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수비 시프트를 뚫어내는 것은 이제 타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주자들도 상황에 맞게 시프트를 파괴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른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4일 수원 한화-KT 위즈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KT 강백호와 송민섭의 도루는 모두 상대가 시프트를 하는 빈틈을 노린 결과물이었다. 강백호는 2회말 2사 2루 풀카운트에서 한화 3루수 노시환이 시프트를 위해 베이스와 먼 거리로 이동하자 지체 없이 3루를 훔쳤다. 한화 선발투수 김민우는 이를 간파했지만, 공을 던질 곳이 마땅치 않았다.
9회말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1루주자 송민섭은 풀카운트가 되자 외야 잔디 쪽으로 이동한 한화 유격수 하주석과 2루수 정은원의 움직임을 확인한 뒤 재빨리 2루로 내달려 살았다. 마운드 위의 한화 투수 김범수는 속수무책으로 한 베이스를 더 내줘야 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상대 시프트를 놓고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강백호와 송민섭 등 누상에 나간 주자들이 상황을 간파하고 뛰어서 결과가 좋긴 했다. 아직은 이런 경험들이 많지 않아서 주저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앞으로도 (상대 수비의) 상황에 맞춰 주자들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수비 시프트는 확률 싸움이다. 타자들이 즐겨 치는 방향으로 수비 위치를 변경해 최대한 안타를 내줄 확률을 줄이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 때문에 타석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타자들도 적지 않다. 간혹 이런 시프트를 깨기 위해 장타자가 내야수가 없는 쪽으로 번트를 시도해 안타를 뽑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시프트를 무너트리는 역할이 타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주자들로도 옮겨가는 분위기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벤치의 머리싸움도 한층 더 고도화될 듯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