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유격수의 기본 덕목은 화려함보다 안정감이다. 본인에게로 향하는 타구를 잡아 어떻게든 아웃카운트를 늘려야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봤을 때 올 시즌 KIA 타이거즈 박찬호(26)의 유격수 수비는 가히 완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구처리율 100%의 수치가 이를 설명한다.
KBO리그 유격수들 중 2번째로 많은 112.2이닝(1위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125이닝)을 소화하며 실책은 물론 내야안타와 야수선택조차 없이 40개의 타구를 모두 아웃으로 처리했다. 40회의 타구처리 기회는 김혜성(58회), 이학주(삼성 라이온즈·51회)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평균 대비 수비 승리기여(WAA)는 0.179로 1위다. 타격에선 타율 0.217(46타수 10안타), 4타점, 출루율 0.265로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안정된 수비로 이를 상쇄하고 있다. 풀타임 유격수 2년차임을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
메이저리그 시절 정상급 내야수였던 맷 윌리엄스 KIA 감독도 주저 없이 박찬호의 활약을 인정했다. 그는 “화려한 플레이가 가끔씩 나오겠지만, 기복 없이 수비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박찬호는 이전에 3루에서 자주 뛰었지만, 지난해 유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꾸준히 적응한 덕에 결과도 좋다.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윌리엄스 감독이 감지한 박찬호의 변화는 무엇일까. 그는 “박찬호가 본인의 오른쪽을 향하는 타구들을 많이 잡아주고 있다. 유격수는 오른쪽으로 움직일 때 한 손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박찬호는 그 부분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3루 쪽에 가까운 타구도 전진해서 잡아내곤 하는데, 지금까지 박찬호가 보여준 노력의 자세는 최상위급”이라고 칭찬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