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사진제공 | KPGA
10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개막한 ‘SK telecom OPEN 2021’(총상금 12억 원)에서 만난 최경주는 “이 대회 우승으로 내가 해외 진출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듯, 역사와 전통을 가진 SK텔레콤 오픈을 통해 후배 선수들이 한 계단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로 24회를 맞는 이 대회의 역대 최다 우승자(3회)이기도 한 그는 대회 개막에 앞서 파5홀로 세팅됐던 497m 4번 홀을 455m 파4 홀로 전격 변경하는 결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세 번째 샷을 쉽게 그린에 올려 버디를 잡을 수 있었던 ‘서비스 홀’은 파를 막기에 급급한 ‘함정 홀’이 됐고, 이는 1라운드에서 그대로 스코어로 이어졌다. 보기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이 속출했고, 버디를 잡은 선수는 아예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내일(11일) 예보대로 많은 비가 와 경기를 못 하더라도 월요일을 예비일로 편성해 정상적인 4라운드 일정으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할 것이다. 이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 그는 4번 홀 변경에 대해 “코스가 어렵다고 하기보다 이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수들이 발전하기 위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연습을 하고, 어떤 샷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70년 생 동갑내기이자 PGA 투어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필 미켈슨(미국)은 최근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사상 첫 50대이자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신기원을 썼다. 미켈슨처럼 PGA 투어와 만 50세 이상만 참가하는 ‘시니어 무대’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최경주에게도 좋은 자극이 된 듯 했다.
미켈슨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공동집행위원장 자격이 아닌 ‘선수 신분’으로 돌아온 최경주는 “그를 보면서 ‘나도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미켈슨과 나는 피지컬은 다르지만 내게 잠재된 있는 DNA를 일깨워서 PGA 투어든, 안 되면 챔피언스 투어에서라도 우승해야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 나이에 심장을 뛰게 하고 내일이 기대된다. 직업 선수로서 행복한 일”이라며 “머지않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서귀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