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인터뷰] ‘내일의 영웅’ 보호대에 새긴 키움 루키, 어느새 자정이 다가온다

입력 2021-07-06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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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영웅이었던 꼬마는 어엿한 내일의 영웅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먼 미래에서 가까운 미래로 다가오더니 어느새 현재까지 책임질 기세다. 데뷔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하며 스타본능까지 과시했다. 김휘집(20·키움 히어로즈)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김휘집은 5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9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출장해 6-2로 앞선 3회초, 좌월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가 16경기·48타석 만에 만들어낸 첫 홈런이 그랜드슬램이었다. 경기 후 김휘집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도 첫 만루홈런이었으니 짜릿함은 몇 배 더 컸다.

1라운드 신인인만큼 구단이 거는 기대도 확실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이름을 올렸으나 개막 엔트리 합류는 실패했다. 하지만 기회가 다시 오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6월 15일 콜업 후 어느새 3주차. 아직 타율은 0.171로 높지 않지만 출루율이 무려 0.388에 달한다. 적어도 1군 투수들의 변화구에 어이없이 속는 장면은 나타나지 않는 것. 정작 김휘집은 “계속 배트를 내봐야 감을 익힐 수 있다. 그동안은 너무 완벽하게 치려고 했다. 조금만 타이밍이 안 맞아도 배트가 안 나가니까 나 스스로도 답답했다”며 “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스윙을 가져가고 있다. 조금씩 타이밍을 바꾸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휘두를 휘, 잡을 집. 야구 최적화된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줬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지만 김휘집에게도 가족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외할아버지는 손주의 콜업 후 첫 창원 3연전에 매일 응원을 왔다. 김휘집은 “가족들 덕에 힘이 난다. 또 2군에서 코칭스태프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적응도 안 되는 것 같고, 내가 생각했던 플레이들이 안 나와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운동 많이 시켜주시고 자신감 불어넣어주신 덕분에 지금 1군에서 뛰고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목표를 묻자 단기적, 장기적 관점을 나눠서 답했다. 김휘집은 “팬들이 믿고 볼 수 있는 선수로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 이게 단기적 목표라면, 장기적으로는 팀의 상징으로 꼽힐 만한 선수가 되고 싶다.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이나 주위 분들에게 모범과 귀감이 되는 상징. 그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휘집의 손목 보호대엔 ‘내일의 영웅’이라는 문구가 새겨져있다. 김태완 2군 타격코치가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의미로 직접 제작해 선물했다. 히어로즈 리틀야구단 시절 시타자로 맺은 인연은 김휘집을 ‘미래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입단 후엔 내일의 영웅이 됐다. 자정이 임박한 분위기. 내일은 곧 오늘이 될 듯하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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