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도쿄 리포트] 귀화선수 하야카와 렌, 日 양궁인들의 멘토가 되다

입력 2021-07-26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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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귀화선수 하야카와 렌(한국명 엄혜련)이 25일 일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여자 단체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쿄 | 강산 기자

일본양궁대표팀 맏언니 하야카와 렌(34·한국명 엄혜련)은 귀화선수다. 재일교포 등 태어날 때부터 일본과 관련이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전북체고를 졸업하고 현대모비스 소속으로 뛰다가 일본으로 귀화했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하야카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결국 본인보다 먼저 일본으로 귀화한 언니(하야카와 나미·한국명 엄혜란)의 뒤를 이어 2009년 일본 국적을 취득했고, 이듬해 전일본양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야카와는 현지에서도 일본양궁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2012런던올림픽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이끌며 일본양궁 사상 최초의 메달에 일조했다. 그 뒤로도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며 입지를 다졌다. 올 1월에는 일본아디다스가 출범한 브랜드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매카트니’의 캠페인 모델로도 선발됐다. 그만큼 현지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2020도쿄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이 끝난 25일 도쿄 고토구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하야카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후배 나카무라 미키, 야마우치 아즈사와 짝을 이뤄 여자단체전에 출전했으나 8강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편안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탈락이 못내 아쉬운 듯 서럽게 눈물을 흘리던 막내 야마우치를 위로하는 리더십도 돋보였다.

하야카와 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양궁의 인프라는 한국과 비교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야카와가 꾸준히 선전하며 위상을 끌어올린 덕분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분명 긍정적 변화다. 하야카와는 “한국에서 경험을 하다 와서 그런지 확실히 다르다”며 “하지만 힘든 상황에도 많은 분들이 노력한 덕분에 지금은 여러 가지가 정말 좋아졌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꾸준히 양궁을 즐기시는 분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선수들은 다들 양궁이 좋아서 한다”며 “한국과 기준이 다른 것 같다. 그저 양궁이 좋다고들 한다. 성적이 좋지 않아도 활을 쏘는 자체를 즐기더라”고 덧붙였다.

한국양궁의 치열한 경쟁체제를 경험했다. 한국양궁이 강한 이유도 그만큼 잘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한 생각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하야카와는 “(한국은) 환경이 잘 조성돼있다. 또 현역 시절 잘했던 분들이 지도자가 돼 후진양성에 힘쓴다. 학교의 서클활동 등 시스템도 한국이 훨씬 잘돼있다. 고교 시절부터 실업팀 입단을 결정하고 안정적으로 양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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