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펜싱 종목 첫날(24일) 사브르 개인전에서 백전노장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이 동메달을 획득했을 뿐 다른 선수들은 준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오상욱이 오심 논란 속에 8강에서 탈락하는 등 첫날의 심상치 않았던 기류가 개인전 마지막 날(26일)까지 이어졌다. 김정환의 투혼이 없었다면, 남자펜싱은 개인전 ‘노 메달’이라는 상상하기 싫은 결과를 받아들 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전감각 저하,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선전으로 크게 상승한 기대에 따른 부담감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단체전이 남아있다. 개인전 메달도 무척 소중하지만, 단체전 메달은 대표선수들이 모두 힘을 보태 만들어내는 결과라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올림픽의 또 다른 묘미다.
단체전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종목은 역시 사브르다. 남자사브르대표팀은 2012런던올림픽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리우올림픽에선 로테이션상 이 종목이 열리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압도적 실력으로 금메달 차지했던 오상욱, 김정환, 구본길(32·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7·화성시청) 등 4명의 선수가 다시 한번 힘을 모은다.
개인전을 통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린 것도 단체전을 기대케 하는 요소다. 선수들은 올림픽을 준비하며 피나는 훈련을 했지만, 국제대회 출전이 어렵다 보니 실전감각 향상에 애를 먹었던 게 사실이다. 국가간 이동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은 채 대항전을 치르며 실전감각과 랭킹포인트를 동시에 잡았던 유럽 선수들에 비해 확실히 불리했다. 대표팀 맏형 김정환은 개인전이 끝나자마자 “이제는 단체전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28일 지바현 마쿠하리메세홀B에서 그 도전이 시작된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