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박진성, 사진=공식홈페이지
많은 팀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선수층의 연령대가 높은 전북 현대도 애를 먹었다. 골키퍼까지 교체해 ‘편법’ 오명을 쓰기도 했다. 전반기 내내 여러 선수들이 이 자리에 투입됐지만, 딱히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본격화된 후반기.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전북은 오랜 골칫거리인 U-22 카드 활용의 고민을 완전히 지웠다.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포항 스틸러스에서 데려온 ‘다용도 공격수’ 송민규(22)만으로도 든든한데, 잘 성장한 ‘차세대 수비수’ 박진성(20)까지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각급 연령별 대표를 거쳤고, 금산중~영생고를 나온 전북의 정통 유스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아온 박진성은 성장통도 잘 이겨냈다. 3~5월 출전 기회를 얻은 4경기에서 경고 2장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를 통해 완전히 팀에 적응했다.
이주용, 최철순 등 주력들의 줄 부상으로 전력공백이 심한 측면수비에 박진성이 혜성처럼 등장해 힘을 불어넣고 있다. 수비와 오버래핑 모두 뛰어난 그는 공격센스마저 좋다. 3-0 대승으로 끝난 11일 광주FC와 홈경기에선 구스타보의 머리를 겨냥한 놀라운 롱 스로인으로 일류첸코의 쐐기골에 일조했다.
박진성은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25라운드 홈경기에도 주전으로 나섰다. 이날의 활약 또한 뛰어났다. 3-2 승리의 초석을 놓은 전반 5분 선제골의 시발점이 박진성의 크로스였다. 정확하게 투입된 볼을 구스타보가 가슴으로 받아주자, 한교원이 골망을 흔들었다. “센스와 체력, 스피드 등 여러 면이 좋다. 잘 성장하고 있다”고 만족해한 김상식 전북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영문 이니셜이 똑같은 ‘레전드’ 박지성 전북 어드바이저의 조언도 있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겸손하되,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말을 가슴에 새긴 결과, 쟁쟁한 선배들과 당당하게 싸우게 됐다. 서울의 측면을 책임진 베테랑 고요한과 김진야에게 밀리지 않은 배경이다.
전북은 이달 중 부상자들의 대거 복귀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박진성이 당장 자신의 입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선두 울산 현대(승점 45)보다 2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최근 홈 3연승과 함께 승점 42로 2위를 달리고 있는 지금의 전북에서 주전은 박진성이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